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둔 두산 오재원(사진)은 1루측 라커룸 앞에서 초조(?)한 표정으로 누군가를 기다렸다. 부모님? 아니, 애인이었을까.
아니었다. 그가 오매불망 기다린 건 ‘새 방망이’였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입구에서 서성이던 그는 기다리던 방망이가 마침내 배달되자 “왔다, 왔어”라며 무척이나 반가운 듯 갑자기 화색이 돌았다. 2번타자 겸 1루수 오재원은 김경문 감독이 이번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제일 기대하는 선수’로 꼽았다. 당연히 각오가 남다를 터.
새 방망이를 마치 보물 다루듯 하던 그는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특별히 새로 방망이를 준비했다”며 흐뭇한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특별한 점이 무엇인가’라고 묻자 대뜸 “(김)현수 스타일”이라고 답했다. 타격 1위 등 공격부문 3관왕을 차지한 팀 후배 김현수 처럼 방망이로 한 몫 단단히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주변에서 ‘무게가 어떻게 되느냐’ ‘재질이 특별하냐’고 질문이 이어져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계속해 방망이를 힘껏 휘둘러보기도 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어루만지기도 했다. 방망이에게 “오늘 뭔가 해보자”고 말하는 듯한 표정으로.
잠실|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