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가 좌완 콜 하멜스(챔피언결정전 MVP) 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는 16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다저스를 5-1로 꺾고 4승1패로 월드시리즈 진출의 꿈을 달성했다. 다저스는 2차전에서 부진했던 선발 채드 빌링슬리를 앞세우며 배수의 진을 쳤지만 경기 전 기싸움부터 졌다. 다저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팬들의 열기도 3,4차전 때와는 사뭇 달랐다. 다저스의 20년 만의 월드시리즈 진출 꿈은 결국 5경기에서 좌절됐다.
○ 헬로우 필리스, 굿바이 다저스
필라델피아의 마지막 월드시리즈는 1993년이다. 올해 15년 만에 꿈을 이뤘다. 당시 토론토 블루제이스에게 2승4패로 무릎을 꿇었다. 필라델피아는 1883년 창단돼 126년의 역사를 자랑하지만 월드시리즈 우승과는 크게 인연이 없다. 1980년 우승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시카고 컵스가 포스트시즌 패배의 역사로 조롱받지만 필라델피아 역시 대동소이하다. 메이저리그 팀 가운데 가장 먼저 1만패를 당한 게 필라델피아다. 현 멤버들이 28년 만에 필라델피아에 월드시리즈 트로피를 안겨줄 지 궁금하다. 다저스는 1988년 이후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 선두타자 홈런으로 승부갈렸다
다저스 팬들과 지역 언론은 5차전에서 승리를 이끌고 원정 6,7차전까지 시리즈를 이어가기를 원했다. 내셔널리그에서는 2003년 플로리다 말린스, 1996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1승3패로 벼랑에 몰렸다가 4승3패로 시리즈를 이겼던 전력이 있었던 터라 기사회생을 굳게 믿었다. 그러나 경기 시작하자마자 빌링슬리는 볼카운트 2-0의 유리한 상황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풀카운트에서 필라델피아 선두타자 지미 롤린스에게 우중간 솔로홈런을 허용했다. 다저스가 선취점을 뽑아 기선을 제압해도 어려운 승부인데 홈런으로 점수를 내주면서 사실상 승부의 추는 1회에 필라델피아 쪽으로 기울었다. 빌링슬리는 5차전에서도 3회를 버티지 못하고 2.2이닝 4안타 4실점으로 이번 시리즈에서 2패를 당했다.
○ 유종의 미
불펜의 박찬호는 다저스가 비록 1-5로 패했지만 유종의 미를 거뒀다. 등판이 예상되지 않았던 3회 선발 빌링슬리가 투아웃 이후 연속 안타로 실점하자 조 토리 감독은 다시 박찬호를 불렀다. 2사 만루상황에서 4차전에서 상대한 페드로 펠리스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해 발등의 불을 껐다. 투아웃 후 2차전에서 적시타, 4차전에서는 폭투로 동점을 허용, 다저스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던 박찬호서는 시즌 피날레 경기 마무리를 잘한 셈이다. 그러나 박찬호가 내년 시즌 다저스에 잔류할 확률은 거의 없다. 다저스 팬들과의 마지막 인사였다.
○ 동네야구로 전락시킨 유격수
다저스는 5차전에서 1승3패로 벼랑에 몰린데다 선취점을 빼앗기고 3회 볼넷 후 2사 상황에서 연속 적시타를 내줘 사실상 승부는 일찌감치 끝났다. 그러나 시즌 피날레 경기여서 팬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를 보여줘야 했다. 여기에 재를 뿌린 게 유격수 라파엘 퍼컬이었다. 베테랑 그렉 매덕스가 등판한 5회 땅볼 타구를 발로 차고, 이를 주워 홈에 악송구해 1점을 헌납했다. 퍼컬의 실책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계속된 2사 만루서 평범한 땅볼을 잡아 1루에 원바운드 악송구를 저질러 한 이닝에 실책 3개를 범하는 진기록을 만들었다. 퍼컬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한 이닝 최다 실책 을 기록했다.
○ 적은 내부에 있었다
4차전까지 다저스와 필리스의 팀 타율, 팀 방어율은 엇비슷했다. 하지만 공격의 집중력에서 필리스가 앞섰고, 홈런의 힘이 컸다. 홈런 5개가 모두 동점, 선제, 역전 등으로 이어졌다. 반면 다저스는 4개의 홈런 가운데 매니 라미레스의 3점홈런 외에 3개가 솔로였다. 특히 다저스는 루키 2루수 블레이크 드위트가 득점 기회에서 찬물을 끼얹는 병살타로 공격의 맥을 끊어 놓았다. 4차전 5-3으로 앞선 6회 1사 만루에서 추가 득점의 기회를 병살타로 끊어 놓았고, 5차전에서도 2,5회 2루수 병살타로 반격의 기회를 무산시켰다. 경험이 부족한 루키의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토리 감독으로서는 주로 대타로 기용한 베테랑 제프 켄트의 무릎 부상이 한탄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다저스타디움|문상열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