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은 경고누적으로 소집되지 않은 김남일(31)을 대신해 처음 정식 완장을 찼지만 초보답지 않은 노련함과 특유의 카리스마로 UAE전 4-1 대승을 이끌며 한국 축구를 위기에서 구해냈다. 정작 본인은 “(김)남일이 형이 주장을 맡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한 발 물러섰지만, 주변의 평은 다르다. 다음달 사우디 원정부터 내년 6월까지 이어질 최종예선을 비롯해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주장’ 박지성이 있어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 실력은 기본, 사생활도 모범
검증된 기량은 주장의 기본요건 1순위. 2002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끈 공로로 팬들의 머릿속에 ‘영원한 캡틴’으로 기억되는 홍명보는 당시 대표팀의 핵심전력이었다.
박지성도 마찬가지. 그는 UAE전에서 프리미어리거다운 몸놀림과 돌파력으로 한국 공격의 물꼬를 텄다. UAE 왼쪽 진영은 말 그대로 ‘무주공산’이었고, 박지성은 1골 1도움을 올리며 확실하게 이름값을 해냈다. 사생활면에서도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대표팀 후배들은 “실력 뿐 아니라 철저한 자기 관리와 사생활 역시 배워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 조용한 리더십
이번에 박지성이 보여준 리더십도 화제가 되고 있다. 이전 주장들이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후배들을 이끌었던 것과 달리 박지성은 동료들의 의견을 취합, 코칭스태프에게 전달하는 가교 역할에 충실했다. 박지성은 16일 영국 출국에 앞서 “주장을 맡았지만 전혀 의식하지 않고 그라운드에 나섰다. 그저 선수들과 대화를 많이 하고 독려했을 뿐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후배들이 감독님의 지시를 잘 이해했고 선배들의 이야기에 따라줬다”며 공을 후배들에게 돌리는 겸손한 모습도 보였다.
또한 박지성은 훈련 내내 2002월드컵의 환희를 들려주며 후배들에게 목표 의식을 심어줬고, 경기 전날에는 오히려 “게임을 즐기라”며 부담을 덜어줬다.
○ 풍부한 경험에서 나오는 노련함
박지성의 일거수 일투족은 모두의 관심사. 그가 움직일 때마다 수많은 취재진과 카메라가 따라붙는다. 박지성 만큼은 아니겠지만 대표팀 선수들 상당수도 마찬가지. 그리고 이런 지나친 관심이 개인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일도 허다하다. 박지성은 “결과가 좋으면 팬들에게 칭찬을 듣고 안 좋으면 비난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선수들이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며 후배들에게 주위 시선에 일희일비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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