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 있는 드라마’ 만드는 야구 중계 현장의 방송 제작진

  • 입력 2008년 10월 17일 22시 49분


사랑도 타이밍, 야구 중계도 타이밍~ ‘타이밍’이 필수다. 순간의 타이밍이 생명인 사람들, 바로 야구 중계 현장의 방송 제작진이다.

선수들 못잖은 순발력과 노하우, 관객 못잖은 야구 사랑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이다.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지만 이들에게는 이 말이 무색하다. 방송 4시간 전부터 경기장에 도착해 오늘의 최고 중계를 준비한다. 방송은 영상으로 ‘각본 있는 드라마’를 만든다.

야구를 일어나는 상황 그대로 보여줘야 하는 원칙은 지키지만, 최근 중계팀들은 센스 있는 연출과 화면으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경기 전에 준비한 자료 화면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경기 중간에 발생하는 상황을 드라마틱한 주제를 잡아 다시 보여준다.

지난해 한화와 삼성의 준플레이오프 때는 MBC ESPN의 ‘꽃 화면’이 화제였다. 한화 이범호는 평소 ‘꽃범호’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개그 콘서트 ‘꽃보다 남자’라는 코너에서 “난 민이라고 해~”라는 유행어를 만든 오지헌과 닮았기 때문이다. 한화 치어리더들은 이범호가 타석에 들어서면 개그 프로그렘에서 오지헌이 하는 “난 민이라고 해”하는 자세를 따라했다. 느끼한 표정으로 손가락으로 관중을 가리키는 포즈다.

MBC ESPN은 덕아웃에서 이범호가 물을 마시고 있자,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화면 테두리를 ‘꽃’으로 둘러 생방송에 내보냈다. 네티즌들은 ‘센스 작렬’이라며 방송에 나간 이범호 꽃 사진을 담아 인터넷에 올렸다. 이 중계 사진이 ‘합성이냐 아니냐’ 논란이 많았지만, MBC ESPN의 CG를 맡은 스태프가 꽃을 두른 것이다.

올해는 한화 김태균의 ‘뽀샵’사진을 중계 중에 보여준 게 화제가 됐다. 평소 김태균은 별명이 너무 많아 ‘김별명’이라고 불린다. “김태균이라는 이름이 부모님이 지어준 별명이다”라고 할 만큼 대략 400개가 넘는 별명을 갖고 있다. ‘김만세’, ‘김삼진’, ‘김뜬공’ 등 김태균을 인터넷에서 검색어로 치면 ‘김별명’이라고 연관 검색어가 자동으로 뜰 정도다.

김태균은 MBC ESPN과의 인터뷰 중 “좋은 사진 좀 보여 달라. 자꾸 이상한 장면만 잡으니까 별명만 늘어나는 것 아니냐?”고 요구했다. 경기 중 김태균이 타석에 들어서자, 김태균 싸이 미니 홈피의 사진을 ‘뽀샵’ 처리해 방송 화면에 보여주며 해설자가 “참 잘생겼다”며 보답하기도 했다.

두산 홍성흔과 롯데 조성환은 히어로즈의 마스코트 턱돌이와 닮았는데, 이들을 한 화면에 같이 담아 보여주는 것도 센스 있는 장면으로 손꼽힌다. 한 화면에 두 선수를 동시에 보이는 장면에서는 롯데의 새로운 마무리 코르테스로 인한 방송 사고가 있었다. 코르테스가 단독으로 나오는 원 샷 화면이 방송에 나간 1~2분 뒤에야 다른 사람이 화면에 나간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그는 바로 코르테스의 개인 트레이너였다. 등번호까지 똑같은 옷을 입고 얼굴까지 쏙 빼다 닮아 누구라도 착각하기 쉽다. 코르테스의 몸을 관리하는 트레이너를 코르테스라고 화면에 잡아준 것이다. MBC ESPN과 SBS 스포츠가 똑같이 저지른 실수였다.

SBS 스포츠는 ‘팬과 함께 하는 야구’를 콘셉트로, 매 경기마다 응원을 가장 열심히 하는 관중을 ‘오늘의 10번 타자’로 뽑아 인터뷰했다. 사인이 든 배트도 선물로 줬다. 여자들이나 어린이들을 장래의 야구팬을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센스 있는 연출력을 선보인 시도였다. 시청자에게 재미와 감동을 안기려는 방송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사진=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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