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두산 감독의 말에 의하면 김현수의 타순이 뒤로 밀린 이유는 이렇다. “선배들이 여기까지 어떻게 끌고 왔는데 한참 어린 후배가 그런 욕심내는 스윙을 할 수가 있나.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는 것.
김 감독이 지적한 ‘욕심내는 스윙’은 김현수가 1차전 때 헛스윙 삼진을 당한 스윙이다. 5회 무사에 주자를 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김현수는 상대 투수의 원바운드 공에 헛스윙을 했다.
시즌 중에는 나쁜 공에 손을 대지 않던 김현수가 터무니없는 공에 방망이를 크게 휘두르자 김 감독은 욕심을 낸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 감독은 김현수를 그냥 바로 빼버릴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했다.
7회 김현수가 다시 무사 1, 2루 기회에 타석에 들어섰을 때 김 감독은 초구에 번트를 대라는 사인을 냈다고 한다. 김 감독은 “일부러 (현수) 자존심을 확 긁었다. 주자가 있을 때는 진루타를 치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김현수에 대한 불만을 얘기하는 중간 중간에 1차전에서 맹활약한 2번 타자 오재원에 대한 칭찬을 간간이 섞어 김현수가 팀 배팅을 하지 않았다는 게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수위 타자면 정규 시즌 수위 타자지 포스트시즌 같은 단기전에서도 수위 타자라는 게 아니다. 수위 타자라는 건 이제 잊어야 한다”는 게 김 감독의 말이다. 그러면서도 김 감독은 “현수가 잘해줘야 이길 수 있다”는 한마디를 더 붙였다. 엄한 질책에도 애정과 기대가 담겨 있음을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2차전에서 헛스윙 삼진 없이 6타수 2안타를 친 김현수의 3차전 타순에 관심이 쏠린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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