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커룸]김감독의 리딩 히터 길들이기

  • 입력 2008년 10월 18일 02시 56분


정규 시즌 내내 두산의 붙박이 3번 타자로 뛰며 올 시즌 리딩 히터가 된 김현수(20)가 17일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타순이 2단계 내려앉은 5번에 기용됐다.

김경문 두산 감독의 말에 의하면 김현수의 타순이 뒤로 밀린 이유는 이렇다. “선배들이 여기까지 어떻게 끌고 왔는데 한참 어린 후배가 그런 욕심내는 스윙을 할 수가 있나.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는 것.

김 감독이 지적한 ‘욕심내는 스윙’은 김현수가 1차전 때 헛스윙 삼진을 당한 스윙이다. 5회 무사에 주자를 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김현수는 상대 투수의 원바운드 공에 헛스윙을 했다.

시즌 중에는 나쁜 공에 손을 대지 않던 김현수가 터무니없는 공에 방망이를 크게 휘두르자 김 감독은 욕심을 낸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 감독은 김현수를 그냥 바로 빼버릴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했다.

7회 김현수가 다시 무사 1, 2루 기회에 타석에 들어섰을 때 김 감독은 초구에 번트를 대라는 사인을 냈다고 한다. 김 감독은 “일부러 (현수) 자존심을 확 긁었다. 주자가 있을 때는 진루타를 치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김현수에 대한 불만을 얘기하는 중간 중간에 1차전에서 맹활약한 2번 타자 오재원에 대한 칭찬을 간간이 섞어 김현수가 팀 배팅을 하지 않았다는 게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수위 타자면 정규 시즌 수위 타자지 포스트시즌 같은 단기전에서도 수위 타자라는 게 아니다. 수위 타자라는 건 이제 잊어야 한다”는 게 김 감독의 말이다. 그러면서도 김 감독은 “현수가 잘해줘야 이길 수 있다”는 한마디를 더 붙였다. 엄한 질책에도 애정과 기대가 담겨 있음을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2차전에서 헛스윙 삼진 없이 6타수 2안타를 친 김현수의 3차전 타순에 관심이 쏠린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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