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감독엔 신변잡기 대화만이…

  • 입력 2008년 10월 18일 08시 28분


기자의 불문율? 감독에게 진 경기를 묻지 않는다

포스트시즌을 뭐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경험과 처한 상황, 열성도 등에 따라 각양각색이겠지만 팬들 중엔 ‘긴장’ 혹은 ‘흥분’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와 감독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경기 전 덕아웃 풍경은 어떨까요. 페넌트레이스와는 달리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것이 사실입니다. 평소 얼굴을 맞대고 사는 사이라 물론 농담이 오가기도 하지만 기자들이 많고, 비중이 큰 경기이다 보니 질문과 답변도 성실하고 진지하게 오갑니다. 전날 경기 상황에 대한 복기나 당일 경기의 타순변동과 선수교체 이유, 각오 등에 대한 얘기들이 주를 이룹니다.

그런데 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린 17일 잠실구장 양쪽 덕아웃의 풍경은 사뭇 달랐습니다. 두산 김경문 감독이 앉아있는 1루 쪽 덕아웃에서는 앞에서 설명한 진지한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습니다. 김 감독 스타일이 그렇기도 하지만 역시 전날 두산이 승리했기 때문에 기자들도 경기와 관련한 질문을 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지요. 감독 역시 기분이 좋으니 답변도 술술 잘 나옵니다. 기사에 반영될 만한, 그러니까 기자들이 기사화해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줄 만한 얘기들이 상당히 많았지요.

그런데 삼성 선동열 감독이 있는 3루 쪽 덕아웃은 달랐습니다. 전날 경기 및 이날 경기와 관련한 얘기들이 잠시 오간 뒤 대화의 주제는 이번 플레이오프와는 무관한 얘기로 흘렀습니다. 과거 선 감독의 선수시절 에피소드와 야구인들의 동정, 신변잡기가 대화의 주를 이뤘습니다. 기자들도 반드시 해야 할 핵심 질문을 빼고는 플레이오프와 관련한 질문은 삼가는 분위기였고, 선 감독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렇다보니 덕아웃은 오히려 두산 쪽 보다 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습니다.

전날 역전패를 당한 데다 그것도 어이없는 실수들이 연발된 아픈 경기 내용을 두고 서로 질문과 답변을 하는 것도 곤혹스러운 일이니까요.

‘이심전심’이라고 할까요? 승리팀과 패배팀의 감독 인터뷰는 대개 이런 식으로 흐릅니다. 일종의 불문율이라면 불문율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잠실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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