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에서 연장 14회 혈투 끝에 두산을 꺾은 선 감독은 ‘신중 모드’로 바뀐 듯했다. 전력 열세를 뒤집고 2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한껏 욕심내는 듯했다.
삼성은 1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었을 때만 해도 ‘할 만큼 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주포 심정수가 이탈한 데다 양준혁의 방망이도 예전 같지 않았다. 이에 앞서 용병 투수 2명을 퇴출시킬 때는 ‘올 시즌은 포기한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선 감독이 준비해 온 세대교체는 포스트시즌에서 빛나고 있다. 정규 시즌에서 심정수 대신 4번 타자 역할을 했던 박석민은 부상에도 이날 3번 타자로 선발 출장해 선제 2타점 결승 2루타를 때렸다. 같은 포지션인 채태인의 컨디션도 나쁘지 않았지만 두산 선발 이혜천이 왼손이라는 점을 감안한 용병술이 맞아떨어졌다. ‘중고 신인’ 최형우는 이날 쐐기 3점포를 때리는 등 ‘가을 사나이’로 거듭났다. 지난해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구원 등판해 포스트시즌 첫 승 감격을 누렸던 투수 윤성환은 이날 선발승을 챙겼다.
선 감독은 2005년 감독에 데뷔한 뒤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뤄냈다. “좋은 선수를 돈으로 사왔다”는 비판에 선 감독은 “나중에 두고 보자”라며 말을 아꼈다. 아직은 진행 중인 플레이오프지만 삼성이 보여 주는 모습이 그 대답 아닐까.
대구=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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