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가을, 대세는 ‘빅볼’

  • 입력 2008년 10월 20일 08시 48분


한국시리즈 4년 제패 ‘스몰볼’의 퇴조

한국프로야구를 휘감던 ‘스몰볼(Small Ball)’이 퇴조하는 것일까.

포스트시즌 들어 ‘선굵은 야구’가 그라운드를 수놓고 있다.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롯데 제리 로이스터 감독과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두산 김경문 감독이야 국내에서도 대표적인 ‘강공야구’를 추구하는 감독이라 특별할 것이 없다.

그러나 ‘스몰볼’의 대표주자로 꼽히던 삼성 선동열 감독이 ‘통큰 야구’ 대열에 가세하면서 국내 프로야구는 이제 감독의 작전에 의한 야구보다는 선수들이 풀어나가는 ‘힘 대 힘의 맞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스몰볼은 감독의 작전에 의해 1점씩 점수를 짜내는 ‘작전 야구’를 일컫는다. 희생번트, 도루, 스퀴즈번트, 히트앤드런 등의 작전이 이에 해당한다. 선수 스스로 창의적으로 이런 작전을 수행한다면 스몰볼이라 칭할 수는 없다. 쉽게 말해 선수에게 맡기기보다 감독이 야구를 주무르는 것이 스몰볼이다.

국내 프로야구에는 한동안 스몰볼이 대세였다. 김재박 감독이 ‘스몰볼’을 추구하는 대표적인 감독이었는데 현대 시절 이런 스몰볼로 한국시리즈를 4차례나 제패하면서 명장반열에 올랐다.

야구는 유행을 탄다. 김재박 감독의 야구뿐 아니라 2000년대 중반까지는 대체적으로 선굵은 야구보다 스몰볼을 구사하는 팀이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래서 ‘스몰볼’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그렇지 않은 감독들은 ‘대책없는 감독’으로 폄하되면서 줄줄이 현장에서 물러나야 했다.

김재박 감독이 2003년과 2004년 스몰볼로 우승한 뒤 선동열 감독이 스몰볼을 이어받아 2005년과 2006년 정상에 올랐다.

2003-2006년은 한국프로야구사에서 스몰볼의 황금기라 말할 수 있다. 물론 ‘선동열 야구’는 ‘김재박 야구’와는 조금 다르지만 강한 불펜을 믿고 경기 초반부터 작전으로 1점씩 쁩는 야구로 삼성을 ‘이기는 팀’으로 만들어왔다. 그런 선 감독이 이번 가을 변신하고 있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5회 이전에 희생번트를 지시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로이스터나 김경문 감독보다 더 선수에게 맡기는 야구로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팀 마운드가 예전만 못해 적은 점수로는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때문이지만 야구계에서는 “선 감독의 야구가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어떤 야구가 좋다’고 정의하기는 어렵다. ‘스몰볼’이든 ‘빅볼’이든 강하면 추앙받고 유행을 타게 마련이다. 다만 현재는 한국야구가 스몰볼이 퇴조하면서 빅볼로 전환되고 있다.

대구|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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