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금호생명이 ‘우승 매직’ 꿈꿀…

  • 입력 2008년 10월 22일 03시 00분


여자 프로농구 시즌 초반 금호생명이 4승 1패로 공동 선두에 나섰다.

금호생명은 2000년 제6구단으로 창단한 후 14시즌 동안 9차례나 최하위에 그쳤다. 2004년 한 차례 우승했지만 당시 신생 구단 프리미엄으로 다른 구단보다 한 명 많은 두 명의 외국인 선수를 보유했기에 그 의미가 퇴색된 게 사실.

하지만 지난해 이상윤(46) 감독 부임 후 2년 연속 꼴찌에서 벗어나 3위를 차지한 데 이어 올 시즌에는 정상을 향해 달리고 있다.

금호생명이 꼴찌의 짙은 그림자를 떨쳐버린 것은 프런트-코칭스태프-선수의 3박자가 절묘한 화음을 연출하고 있어서다.

유도 선수 출신인 안진태 금호생명 단장은 이 감독이 자신의 농구를 펼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전문성이 떨어지는데도 간섭을 일삼는 일부 단장과 달리 안 단장은 “단장은 숙소에 만화책이나 던져주면 된다”며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섬세하게 선수단을 지원했다.

삼성전자 영업사원으로 냉장고를 팔았던 이 감독은 다양한 인생 경험을 살려 패배 의식에 젖었던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 주는 한편 자칫 최근 성과를 통해 안주하려는 분위기에는 호통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 감독은 시즌 개막 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내놓은 2000만 원의 격려금을 선수들과 구단 직원은 물론 숙소 아주머니들에게까지 골고루 나눠줬다. 한배를 타고 있으므로 당연하다는 게 그의 얘기다.

이 감독 밑에서 새로 주장이 된 신정자는 리바운드 1위, 득점 4위에 오를 만큼 뛰어난 기량을 보이며 코트 안팎에서 감독과 선수들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신정자는 개인상을 받아 상금을 타면 꼭 선수들에게 한턱을 내면서 끈끈한 팀워크를 주도하고 있다.

시즌 직전 구단 매각설과 개막전에서 삼성생명에 진 것은 오히려 금호생명을 하나로 묶어 4연승을 이끈 자극제가 됐다.

미국프로야구에서 탬파베이는 ‘만년 꼴찌’에서 벗어나 월드시리즈까지 진출해 화제를 뿌렸다. 국내 여자 프로농구에서는 금호생명이 새로운 매직을 꿈꾸고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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