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가 덮이지 않은 내야 곳곳에 금세 물이 고였고 경기가 중단됐다. 이때부터 해외토픽에나 나올 법한 진풍경이 벌어졌다.
두산 구단 직원과 잠실구장 운영본부 직원, 그리고 포스트시즌을 위해 고용된 일용직 보안요원까지 30여 명이 큼지막한 스펀지를 하나씩 들고 나타나 내야에 고인 물을 닦아냈다. 멀리 관중석에서 보면 꼭 집 안 마룻바닥을 걸레로 닦는 듯한 모습이었다. 물을 웬만큼 닦아내자 이번에는 모레를 실은 조그마한 트럭이 등장했고 몇몇 사람이 삽으로 모래를 퍼내 곳곳에 뿌렸다. 이러느라 51분간 경기가 중단됐다 다시 열렸다.
올림픽에서 세계 야구 정상에 오른 한국에서, 그것도 프로야구 최강자전인 한국시리즈 진출 팀을 가리는 플레이오프에서 벌어진 웃어넘기기 힘든 장면이었다.
2004년 삼성과 현대가 맞붙은 한국시리즈 9차전 때는 선수들이 억수 같은 비를 맞고 진창에 나뒹굴며 경기를 했다. 당시 엉망진창이 된 그라운드에서 양 팀 선수들이 실수를 연발하는 모습을 두고 일본 언론은 ‘구사(草)’ 야구라며 비아냥거렸다. 구사 야구는 동네 공터에서나 하는 풋내기들 야구라는 뜻이다.
이날 일본에서는 센트럴리그의 요미우리와 주니치가 일본시리즈 진출 팀을 가리는 6전 4선승제의 클라이맥스 제2스테이지 2차전이 열렸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그라운드가 젖지 않는 환상의 도쿄돔에서….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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