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컵대회 우승메리트 수혜팀도 모른다니…

  • 입력 2008년 10월 24일 08시 57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은 잉글랜드 진출 이후 2005-2006시즌 리그 컵인 칼링컵을 통해 첫 번째 우승 감격을 누렸다.

박지성은 칼링컵을 통해 첫 번째 우승 메달을 목에 걸었고, 동료들과 함께 우승컵을 들고 감격의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 장면은 아직도 축구팬들의 뇌리에 깊이 남아있다.

22일 K리그 컵 대회인 삼성하우젠컵 결승전. 수원이 승리한 뒤 시상식이 열렸지만 선수들에게 전해진 것은 우승컵 뿐이었다. 우승컵을 들고 세리머니를 펼치는 선수들의 목이 왠지 허전해 보였다. K리그는 정규리그 우승팀에는 메달을 수여하지만 컵 대회 우승팀에게는 메달을 주지 않는다. 프로축구연맹은 “대회를 차별화하는 차원에서 정규리그와 컵 대회 시상을 달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차별화를 메달에 두고 있다는 것 자체가 유치하기 짝이 없다. 소위 프로축구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선수에게 메달은 최소한 노력의 대가가 아닐까.

또한 수원이 우승한 다음날 언론을 통해 컵 대회 우승팀에 2009년 열리는 국제대회에 K리그 대표 자격으로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아시아축구연맹(AFC)컵 혹은 팬-퍼시픽 챔피언십 중 한 대회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도 순서가 거꾸로 됐다. 성과물을 미리 확정해 두고 대회를 치르는 것이 기본인데도, 이마저도 무시된 것이다.

아울러 대회 참가여부도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연맹은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하지만 컵 대회 우승팀에게 일종의 메리트를 주기 위해 이러한 방안을 추진 중이고, 시즌 초 구단들에게 취지를 설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해당 팀인 수원 구단은 ‘금시초문’이라고 한다.

컵 대회의 존재 여부를 놓고 말들이 많다. 하지만 컵 대회를 완전히 없애지 못하고 시행할 것이라면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해둬야 하지 않을까. 연맹의 각성을 기대해본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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