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4차전을 앞두고 경기장에 나타난 김현수의 ‘심기’는 편치 않았다. 그는 “(주위에서) ‘쿠바전을 보는 것 같았다’라는 말이 나왔다”라며 불편해했다. 당시 역시 병살타로 승리를 놓친 쿠바의 구리엘이 된 듯한 기분인 것.
시즌 타격 3관왕(타율 0.357, 출루율 0.454, 168안타)인 김현수의 방망이는 한국시리즈에서 유독 헛돌고 있다. 김경문 두산 감독은 “본인이 가장 답답해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김현수에게 힘을 주기 위해 요미우리 이승엽과 팀 선배 홍성흔도 나섰다.
이승엽은 전날 밤 “현수를 좀 위로해 줘라, 정말 훌륭한 타자인데…”라며 홍성흔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에 홍성흔은 김현수에게 “네 덕분에 이긴 경기가 무수히 많다”며 격려했다. 김현수에게 쏟아질 기자들의 곤란한 질문을 걱정한 홍성흔은 “제가 현수 매니저입니다. 제게 질문해 주세요”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이날은 운도 안 따랐다. 김현수는 4회 무사 1루에서 잘 맞은 타구가 3루수 정면으로 가 잡혔고, 이때 1루 주자의 귀루도 늦어 단번에 투아웃을 당했다. 6회 2사 1루에서도 역시 3루수 정면 직선타로 날아가 아웃. 그때마다 김현수는 고개를 푹 숙이고 벤치로 돌아왔다.
결국 4타수 무안타. 4차전까지 17타수 1안타(타율 0.059)의 빈타다.
“김동주가 살아나니 현수가 부진에 빠졌네.” 김경문 감독의 시름은 깊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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