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바꿀 법도 한데 벌써 몇 년째 같은 곡을 고집하고 있다. 테니스 인생의 가장 큰 전환점을 뉴욕에서 맞았기 때문이다. 2000년 뉴욕에서 열린 US오픈에서 그가 지도한 이형택이 사상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16강에 올랐다.
이 쾌거를 비롯해 주 감독은 그동안 한국 테니스의 국제화에 앞장서며 숱한 성과를 거뒀다.
그런 그가 지난주 지휘봉을 놓겠다고 선언했다. 1992년부터 16년 동안 맡았던 감독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행복한 순간이 많았습니다. 박수받을 때 떠나야죠.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줘야 하고…. 뭔가 새 길을 가고 싶었어요.”
은퇴 사실이 알려지면서 신치용 프로배구 삼성화재 감독과 강문수 삼성생명 탁구단 감독 등 지인들은 만류에 나섰지만 결심을 되돌릴 수 없었다.
성균관대를 거친 주 감독은 선수 시절 스타는 아니었다.
하지만 1980년대 미국 유학을 거쳐 우물 안에 머물던 국내 테니스의 세계화를 주도해 성공한 지도자의 반열에 올라섰다. 중학교 1학년이던 박성희를 발굴해 사재를 털어가며 세계 57위까지 올렸고 윤용일, 이형택, 조윤정 등을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키웠다.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외환위기로 팀 해체설이 나돌았는데 윤용일과 이형택이 1998년 방콕 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을 따며 한 고비 넘겼다. “그때 금메달이 오늘의 형택이를 만들었어요. 팀도 살아남고 군 면제로 국제무대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죠.”
지난해 역대 최고인 세계 36위까지 오른 이형택은 지난주 삼성증권배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며 떠나는 감독에게 우승 선물을 안겼다.
주 감독은 한국 테니스 숙원 사업인 프로화와 주니어 아카데미 육성에 남은 힘을 쏟아 부을 생각이다. “프로화는 테니스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합니다. 해낼 겁니다.”
이제 주 감독은 휴대전화 음악을 바꿀 때가 됐다고 한다. 만약 그렇다면 역시 시내트라의 ‘마이 웨이’가 어울릴 것 같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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