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계 ‘파벌 싸움’ 우려

  • 입력 2008년 11월 1일 02시 58분


“일부후보 출마선언 없이 득표활동”

내년 협회장 선거 앞두고 시끌시끌

한국 축구계가 술렁이고 있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이번 임기를 끝으로 회장 직에서 물러난다고 선언한 가운데 차기 회장 선거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번엔 정치인이 아닌 축구인이 회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허승표 한국축구연구소 이사장은 축구인 출신인 조중연 협회 부회장이 출마할 것이란 소식에 자신만의 ‘슬로건’이 사라진 상태. 하지만 허 이사장은 축구협회 산하 연맹 회장 직에 후보를 내는 등 적극적으로 득표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허 이사장 쪽에선 유소년연맹에 김강남 한국축구지도자협의회 회장, 대학연맹에 이용수 세종대 교수, 여자연맹에 진장상곤 통영중 감독, 고등연맹에 박병주 전 안양 LG 감독 등이 출마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김덕기 한국축구연구소 사무총장은 “김강남 회장과 이용수 교수, 박병주 전 감독은 우리가 준비한 카드가 맞지만 진장상곤 감독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허 이사장 진영은 협회 대의원(28명)인 16개 각 시도 축구협회 회장들을 만났고 31일엔 대전에서 현장 지도자들을 모아 놓고 워크숍을 열어 분위기 띄우기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허 이사장 측의 움직임에 대해 축구협회 쪽은 “큰 변수는 없을 것”이라며 관망하고 있다. 각 연맹도 “대세에는 지장 없다”는 반응. 하지만 허 이사장의 행보에는 비판적인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허 이사장이 출마 선언도 하지 않고 분위기만 잡으며 축구계를 이간질시키고 있다”는 게 협회 측 원로들의 주장이다. “때만 되면 회장 선거에 나설 듯하다 안 나왔는데 이번에도 당선될 분위기가 아니면 출마를 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한 원로 축구인은 “한국축구연구소를 만들 때부터 예상한 일이지만 연구소는 축구 발전을 위한 단체라기보다는 허승표 씨를 축구협회 회장으로 만들려는 ‘사당’이다. 이름을 ‘허사연(허승표를 사랑하는 연구소)’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원로는 “허 이사장이 회장이 돼도 정몽준 회장을 안고 가야 하는데 이렇게 각을 세우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런 협회 측의 반응에 허 이사장 쪽은 “일부 축구인들이 패거리를 만들어 축구계를 망치고 있다.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차기 축구협회 회장 선거를 위한 대의원 총회는 내년 1월에 열린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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