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감독 화술을 거칠게 분류하자면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우물에 독약 넣기’로, SK가 불리한 상황일 때 아예 더 세게 발언해 질려서 웃게 만드는 식이다. 일례로 ‘SK가 투수를 7명이나 썼다’고 하면, “불펜에 1명 더 남았는데 깜빡하고 못 올렸어”라고 받아친다. 훈련량이나 경기시간에 대한 지적을 받으면 “더 오래 할 수도 있는데 봐 줬다”고 넘긴다.
특유의 ‘자학유머’는 선수의 승부욕을 자극하는 화법이다. 한국시리즈 직전 점심식사를 거른 이유를 물으면, “저 따위로 야구하는 데 밥이 넘어가게 생겼어?”라고 하거나, “4연승? 4연패하게 생겼어”라고 엄살을 부리는 식이다. 태평양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지자 “(유니폼뿐 아니라) 선수들까지 같이 쓰레기통에 들어가야 돼”라고 말한 적도 있다.
반면 난감한 상황에 몰리면 ‘허무개그’로 분위기를 풀어주기도 한다. 감독 재계약 협상 소감에 대해 “술맛이 좋다”, 윤길현 사태로 1경기 자진결장을 한 뒤 다음날 “참, 오늘은 나가야 되지”, 시즌 초 2루 커버를 놓고 LG와 언쟁이 붙었을 땐 김병현의 은퇴 시사 발언을 듣더니 “사실은 나도 은퇴하고 싶었어” 등이 이에 해당된다. 끝으로 “감독은 나의 의무”처럼 리더론을 설파할 땐 한없이 진지하다. 단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상대팀 감독과의 심리전을 불사하는 등, 직설화법도 마다하지 않는다.
잠실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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