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 대쓰요] IF, ‘박경완의 투수리드’ 없었다면

  • 입력 2008년 11월 1일 08시 22분


SK 김성근 감독의 야구는 일본을 다녀오기 전과 일본을 다녀온 후에 큰 변화를 보였다.

지난해 우승 후에는 더욱 여유가 돋보였고, 그 여유 속에 철저한 대비와 분석으로 이번 한국시리즈 우승도 차지할 수 있었다.

시리즈는 결국 3차전에서 운명이 갈렸고, SK가 큰 욕심이 없었던 4차전마저 잡으면서 사실상 4차전 종료 후 두산의 기를 완전히 꺾었다.

○ 구원 왼손투수에서 갈린 양 팀 운명

SK는 1차전에서 실전공백 탓에 타격감이 부진했던 것 외에는 이번 시리즈에서 거의 흠 잡을 데 없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시리즈는 좌완 구원 투수의 능력에서 승패가 갈렸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SK는 요소요소마다 정우람, 이승호가 나와 두산의 좌타자 이종욱 김현수 오재원 등을 묶는데 성공했지만, 두산은 금민철 원용묵 등 두 불펜 좌완이 한번도 등판하지 못했다.

○ 박경완이 아니었더라면

공격은 부진했지만 SK 포수 박경완의 투수 리드는 이번 시리즈를 지배했다고 볼 수 있다.

두산은 전체적으로 포수 싸움에서 박경완에게 밀렸다. SK 투수들은 두산의 장타자와 교타자, 오른손과 왼손타자를 상대로 교묘하게 다른 볼배합을 구사했는데 이 모든 것은 박경완의 힘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5차전 9회말 두산의 무사 만루를 봉쇄한 것도 박경완의 리드가 빛난 순간이었다.

○ SK 조직력의 승리

SK 야구가 이호준이 빠지면서 이렇다할 홈런 타자가 없는 가운데 페넌트레이스 1위와 함께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조직력이나 짜임새가 월등했음을 나타낸다. 5차전 8회말에 보여준 조동화와 박재상의 잇단 호수비 두개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무사 1·2루에서 조동화는 좌중간을 꿰뚫는 홍성흔의 2루타성 타구를 박재상과 부딪힐 뻔하며 슬라이딩캐치로 잡아냈는데 이는 오랜 연습과 조직력에서 나온 것이다.

뒤 이어 나온 오재원의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좌익수 박재상이 잡아낸 것도 마찬가지다. 분석야구와 조직력의 힘이 바로 SK 우승의 원동력이다.

○ 아쉬웠던 두산

두산은 어느 정도 예상했듯 삼성과의 플레이오프를 치르면서 전체적으로 배트 스피트가 떨어진 상태였다. 두산은 김현수를 계속 3번으로 기용했는데 아무리 성장통이라고 하더라도 김현수의 부진은 두산으로선 뼈아팠다.

김현수는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완급조절이 필요함을 깨달았을 것이다. 두산은 지친 것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 쫓기면서 두산다운 야구를 하지 못했다.

5차전 9회말 무사 만루에서 고영민의 2구째 투수 땅볼, 이어 김현수의 초구 공략이 병살타로 이어진 것은 흐름을 고려했을 때 조급함이 빚어낸 뼈아픈 악수였다.

허구연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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