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한국시리즈 5차전이 열린 잠실야구장에는 무려 100여명의 암표상들이 활개를 쳤다. 심지어 1· 2차전이 열렸던 인천 문학구장에서 활동하던 낯익은 암표상들도 잠실야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른바 원정 암표상이다.
지역 텃새였을까?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보니 오후 3시10분께 1루쪽 매표소에서는 한 번이라도 표를 더 구매하려는 암표상들끼리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야구장 관계자들이 달려와 싸움을 만류했지만 안하무인으로 관계자들에게까지 욕설과 폭력을 휘둘렀다. 10여분간 지속되던 이들의 싸움은 경찰 출동을 경고한 뒤에야 겨우 마무리됐다.
3시20분에 내, 외야석 현장 판매분이 매진되고 나자 암표상들은 본격적으로 판매에 나섰다. 좀 전까지 싸움을 벌이던 암표상들도 분주히 판매에 나섰다. 그동안 암표 판매가 은밀히 이뤄진 것에 반해 오늘은 아예 드러내놓고 거래가 이뤄졌다. 매표소 앞에 서있는 사람들을 보면 암표상들이 먼저 다가가 거래를 제의했다.
매표소 앞에서 취재를 하는 동안 기자에게도 세 번이나 표를 사겠느냐는 제안이 들어왔다. “오늘은 가격이 4∼5만원선까지 오를테니 미리 사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충고도 곁들였다.
1만5000원짜리 입장권은 2만원부터 거래되기 시작했고, 야구팬들이 계속 몰려들자 가격은 10여분만에 1만원이 올라 3만원에 거래됐다.
그런데 정작 암표상들은 오늘 한국시리즈 5차전을 관람할까? 오늘 경기를 보고 가느냐는 질문을 건넨 네명의 암표상들 중 단 한명도 야구를 보겠다는 이들은 없었다.
잠실 |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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