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를 호령하던 이원희(27·한국마사회)가 오렌지 벨벳 의상으로 한껏 멋을 내고 미리 준비한 글을 수줍게 읽어 내렸다.
다소곳이 앉아 듣던 김미현(31·KTF)의 눈가에는 물기가 번졌다.
잊지 못할 장면을 함께한 올림픽 영웅들은 박수로 이들의 앞날을 축하했다.
1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회가 열린 인천 스카이72GC 오션코스 클럽하우스 분수대 앞에서는 이색 프러포즈가 열렸다.
다음 달 결혼하는 유도스타 이원희가 ‘슈퍼 땅콩’ 김미현이 출전한 대회 현장을 찾아 평생의 반려자가 돼달라며 무릎을 꿇었다.
이원희와 절친한 ‘마린 보이’ 박태환(단국대), 장미란, 최민호 등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은 들러리로 자리를 빛냈다.
이날 이원희는 보성고 유도부 후배들이 경기를 마친 김미현을 납치하는 이색 설정으로 이벤트를 시작한 뒤 영화 ‘러브 액추얼리’처럼 ‘나와 결혼해 줄래’라는 글을 쓴 스케치북을 가수 지아의 ‘물론’이라는 노래가 흐르는 가운데 읽었다. 눈물을 쏟은 김미현에게 이원희는 반지를 선물한 뒤 뜨겁게 포옹했다.
이원희는 “만난 지 1주년 됐을 때도 케이크만 덜렁 하나 사줬다. 이번에는 오래전부터 준비했고 오늘을 D데이로 삼았다”고 말했다.
산을 잘 타 다람쥐라는 별명이 생겨 이원희에게 ‘또롬이’로 불리는 김미현은 “전혀 이런 일을 하지 않는 성격이라 너무 놀랐고 기쁘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이 커플은 12월 12일 서울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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