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현수(20)가 바다로 떠난다. 한국시리즈의 아픔을 딛고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다. 김현수의 아버지 김진경(58) 씨는 2일 “현수와 단 둘이 4일 바다낚시를 떠나기로 했다. 배를 타고 바다 한복판으로 나가 선상낚시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야구장에 다니며 프로선수의 꿈을 키운 김현수가 이번에도 아버지 곁에서 아픔을 털어내기로 한 것이다. 장소는 다름 아닌 인천 앞바다. 김현수에게 시련을 안긴 SK의 텃밭이 ‘치유의 장소’로 탈바꿈한다. 김 씨는 “드넓은 바다를 보고 바람도 쐬면 현수도 마음을 좀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쉽게 잊기엔 너무 큰 충격이었다. 최연소 타격왕으로 한껏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직후라 더 아팠다. 두산이 2-3으로 뒤진 3차전 9회말 1사만루, 그리고 0-2로 뒤진 5차전 9회말 1사만루. 두 번의 기회가 모두 김현수의 앞으로 돌아왔고, 두 번 다 병살타가 나왔다. SK 채병용이 우승의 기쁨에 포효하는 동안, 김현수는 외야 근처에 멈춰선 채 한참을 우두커니 서 있었다. 눈물을 펑펑 쏟는 스무살 타격왕의 좌절은 그렇게 많은 이의 심금을 울렸다.
현장에서 그 장면을 지켜본 김현수의 부모는 집에 돌아온 아들에게 “괜찮다”는 한 마디만 건넸다. 김현수도 집에 머무르는 이틀 내내 평소와 다름없는 태도를 보였다. 김 씨는 “겉으로는 괜찮아 보여도 속마음이야 어떨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하면서도 “이 정도 일에 쉽게 흔들릴 성격이 아니다. 그러면서 더 크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김경문 두산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5차전을 마친 후 ‘두 번째 1사만루에서 대타를 생각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자 “김현수 보다 나은 타자가 누가 있느냐”고 거듭 되물었다. 또 “다음에 기회가 오면 현수가 우승을 시켜줄 것이다”고 덧붙였다. 올해 눈부신 성장을 이뤘던 김현수가 더 강한 선수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비 온 뒤에는 반드시 땅이 굳는다. 김현수는 10일까지 몸과 마음을 추스른 뒤 두산 선수단이 다시 소집되는 11일부터 훈련을 재개할 예정이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