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프리토킹] 믿음의 힘! 젊은 어깨들 기적 쐈다

  • 입력 2008년 11월 3일 09시 11분


준우승 탬파베이 ‘꼴찌 반란’의 비밀

미국내, 아니 전 세계적으로 이번 월드시리즈는 관심이 떨어졌다고들 말한다.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 시카고 컵스, LA 다저스, 뉴욕 메츠 등 큰 시장과 화려한 역사를 보유한 팀들이 모두 탈락하면서 빚어진 상황이라 볼 수 있다.

126년의 긴 팀 역사에도 불구하고 스포트라이트의 주변을 맴돌았던 필라델피아와 만년 꼴찌로 주목받지 못했던 탬파베이의 팬들은 사실 지역에 한정돼 있는 편이다. 그 중에서 더욱 주목받는 것은 역시 양키스와 보스턴이 속해 있는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의 험한 여정을 싸워 이겨낸 탬파베이일 것이다. 비록 월드시리즈 준우승에 그쳤지만 모두가 깜짝 놀랄 만한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4위 한번을 제외하고 모두 지구 최하위였던 탬파베이의 올 시즌 가장 큰 성공 요인은 역시 탄탄한 마운드로 꼽힌다.

올해 정규시즌 탬파베이의 경기당 득점은 4.78점으로 정확히 리그 평균과 일치했다. 14개 팀 중 9위로 그야말로 평범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마운드를 얘기할 때는 분위기가 달라진다. 경기당 허용 실점이 4.14점으로 경기당 리그 평균득점 4.78보다 0.64나 낮아 당당 리그 2위에 올랐다. 경기당 0.64점에 162경기를 곱하면 상당한 득실점의 편차를 느낄 수 있다. 방어율 역시 3.82로 리그 2위였다.

역시 마운드의 괄목상대할 성장이 이들의 신데렐라 스토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다. 특히 지난해는 경기당 평균실점 5.83점으로 최하위, 재작년 5.28로 12위 등 리그 데뷔해인 98년을 제외하고 단 한번도 4점대를 기록한 적이 없었다. 그야말로 타팀들의 동네북이었다는 얘기다.

초반부터 난타당하는 부실한 선발진 혹은 그나마 선발들이 버텨줬을 때 부도수표를 남발하는 불펜진은 리드를 지켜주지 못하고 뒤집히는 경우가 허다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그랜트 벨포어나 JP 하웰과 같이 새롭게 등장한 젊은 투수도 있지만, 댄 휠러, 트로이 퍼시벌, 채드 브래드포드, 트레버 밀러와 같이 근래 영입된 베테랑 불펜투수들이 중심을 잡으며 긴 시즌을 버티는 자양분 역할을 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열쇠 역할은 바로 젊은 선발진이 해냈다. 올해와 지난해의 탬파베이 로테이션은 지난 겨울 트레이드된 맷 가자를 제외하고는 대동소이하다. 고질적인 컨트롤 기복이 있다고 해도 에이스 역할을 해주고 있는 스콧 카즈미어를 빼고 나머지 4명의 선발투수는 구단과 조 매든 감독의 무던한 참을성으로 올해의 성공까지 왔다해도 과언은 아닐 듯 싶다.

5선발로 14승을 거둔 에드윈 잭슨은 다저스에서 전혀 잠재력을 보이지 못하고 버려지다시피 탬파베이로 왔고, 지난해도 5승 15패 5.76의 방어율로 비참한 성적을 보였다. 그동안 마치 회전문 돌아가듯 몇 번의 시험등판을 견뎌내지 못한 선수들이 줄줄이 교체되던 상황과는 다르게 매든 감독은 꾸준히 한 시즌 내내 잭슨을 믿어줬고, 올시즌 14승 투수로 거듭 났다.

데뷔 2년차의 앤디 소넨스타인은 3선발로 시즌을 맞았지만 지난해 6승 10패 5.85의 방어율, 게다가 잭슨은 기본적으로 빠른 볼을 던지기나 했지만 소넨스타인은 컨트롤에 의존하는 구위가 대단치 않은 투수였지만 역시 충분한 기회를 부여받았고 13승에 4.38의 방어율로 수준급 이상의 활약을 해줬다.

미네소타의 유망주였지만 코칭스태프와 마찰이 있었던 맷 가자도 바로 선발진에 투입되며 11승을 거두었다. 2선발 제임스 실즈도 아마추어 드래프트 당시 16라운드에 지명된 그리 주목 받는 선수가 아니었지만 훌륭히 성장했고, 또 마이너리그 성적 만큼의 기회를 부여 받아 좋은 선발투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

매든 감독은 뛰어난 혜안을 가진 스카우트 덕이라며 애써 공을 돌렸지만 구단 부사장 앤드루 프라이드맨은 이들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부진함 속에서도 참을성을 가지고 지켜본 매든 감독을 치하했다.

애틀랜타에서 데뷔했던 톰 글래빈은 데뷔 2년차 당시 7승 17패로 부진했지만 신뢰의 눈길로 메이저리그에서 22년을 뛰며 300승 투수 반열에 올랐다. 그렉 매덕스 역시 2년차일 때 6승 14패에 5점대 중반의 방어율로 비참한 출발을 했지만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컨트롤 투수로 영원히 이름을 남기게 됐다.

승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냉혹한 빅리그에서 자신에 대한 믿음, 그리고 그런 선수를 믿어준 구단과 감독이 있었기에 이들은 대투수로 성장했다. 또한 돈으로 FA 시장에서 움직일 수 없는 소시장 팀들에게 이런 참을성이 때론 더욱 고통스러울 수 있다. 늘 유망주는 있었기에 바로 성공의 길로 들어오는 선수를 물색하기 바쁘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때론 2,3년의 짧은 기다림이 팀의 10년 운명을 가늠할 수도 있다는 것을 탬파베이가 올해를 시작으로 보여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든다.

송재우 메이저리그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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