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축! 한국야구 금메달! 1번 타자 이종욱 선배님 자랑스럽습니다.’
제법 따스한 햇살이 비친 4일 오전. 서울 홍은중학교 두레박실 칠판 위에 커다란 현수막이 걸렸다. 이날 모교를 찾은 두산 이종욱(28)을 위한 환영식 현장이었다.
아침 일찍 달려온 이종욱은 기대 이상의 환대에 쑥스러운 듯 고개를 들지 못했다. 후배들도 대스타가 된 선배를 힐끔힐끔 바라보기만 했다.
하지만 오고가는 눈빛은 따뜻했다. 이종욱은 한 후배가 잠실에서 직접 샀다는 두산 야구공을 수줍게 내밀자 슬며시 웃어보였고, 모교 야구부가 올해 전국대회에서 우승했다는 얘기에는 “내가 다닐 때만 해도‘그 학교가 어디냐’ 했는데…”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야구부 이동원 감독을 통해 이종욱을 초대한 홍은중 김학천 교장은 “이종욱 선수가 건전한 신체와 협동정신의 모범이 된 것 같아서 꼭 소개하고 싶었다”고 했다.
교내 TV를 통해 이종욱 환영식을 생중계한 이유였다. 짧은 행사가 끝나자 이번엔 후배들이 사인지를 들고 몰려들었다. 프로야구 정상의 선수를 눈앞에서 보는 기쁨에 모두가 한껏 달아올랐다.
오랜만에 학교를 찾은 이종욱은 옛 생각이 많이 나는 듯했다. 한 때 먹고 자던 숙소에서 후배 30여명과 한 자리에 모이자 굳어있던 입도 풀렸다.
“지금 기본기를 잘 다져놓는 게 참 중요해. 힘들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열심히 하면 언젠가 반드시 기회가 올 거야. 오늘은 너희가 내 사인을 받지만, 다음엔 너희가 나에게 사인을 해줘. 나중에 꼭 프로에서 다시 만나자.”
이종욱은 교문을 나서면서 “인터뷰 할 때보다 더 긴장되고 힘드네”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도 “형이 곧 또 올게”라는 약속을 잊지 않았다. 한 3학년 학생은 1학년 후배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내가 4년 후에 꼭 저런 모습으로 돌아오마.”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