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WBC 감독직 사실상 수락 “코치에 현직 감독 2∼3명 지명”

  • 입력 2008년 11월 7일 08시 47분


“코칭스태프 구성만 남았다.”

내년 3월 열리는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사령탑으로 추대된 한화 김인식 감독(61·캐리커처)이 감독직 수락의사를 밝힌 가운데 6명의 코칭스태프 구성이 가장 큰 과제로 떠올랐다.

한국야구위원회(KBO) 하일성 사무총장은 6일 대전으로 내려가 저녁식사를 겸한 자리를 마련해 김 감독이 전날 내세운 3가지 조건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했다.

하 총장은 “하와이 전지훈련과 선수선발에 대한 전구단의 전폭적인 지원 등 2가지 조건은 합의를 했다”고 전하면서 “엔트리에 포함될 코치 6명의 명단을 김 감독께서 직접 적어주셨다. 현직감독과 재야감독이 반반이다. 코치 명단은 현재로서는 밝힐 수 없다. 제1회 WBC와 동일하지는 않다. 현직 감독 2-3명의 수락을 받아내는 것이 관건이다”고 덧붙였다. 전날 밤 서울 논현동에서 하 총장을 만난 김 감독은 감독직 수락에 앞서 3가지 조건을 밝혔다.

당초 대표팀은 일본 삿포로돔에서 전지훈련을 하려고 했지만 김 감독은 소속팀 한화가 있는 하와이로 장소를 변경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KBO 이상일 운영본부장은 아시아시리즈 때 일본으로 건너가 이미 내년 2월 사용하기로 한 삿포로돔 사용계약을 철회할 계획이다.

둘째는 선수선발에 있어서 전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이었는데 하 총장은 “아직 선수구성을 할 단계는 아니라 급한 문제는 아니지만 차후에 전 구단에 부탁하면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결국 KBO가 현재 코치명단에 포함된 현역 감독에게 수락의사를 관철시키는 것이 가장 큰 난제가 됐다.

환갑을 훌쩍 넘긴 노장(老壯) 김인식. 결국 ‘대의멸친(大義滅親)’의 신념으로 한국야구를 짊어졌다. 그인들 ‘독이 든 성배’를 거절할 이유가 없었을까. 오히려 다른 감독들이 하나씩 들이댄 고사이유를 그는 모두 갖고 있었다.

2004년 말 뇌경색으로 입원한 그는 현재 병세가 많이 호전됐지만 아직도 다리는 절뚝거리고, 손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2006년 제1회 WBC에서 방한용 장갑을 끼고, 대표팀 푸른 점퍼 속에는 내복을 겹겹이 껴입었던 그였다. 검어진 얼굴색과 타들어간 입술, 그는 자신 한몸과의 싸움도 힘겨웠지만 개성 강한 슈퍼스타들을 어루만지며 세계가 경악한 4강신화를 진두지휘했다.

팀 성적에 대한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여느 감독과 마찬가지다. 올시즌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해 내년에는 반드시 팀을 상위권으로 끌어올려야한다. 더군다나 내년은 한화와의 3년 계약기간도 만료되는 시점이다.

이런 ‘삼재(三災)’와 싸워야하는 김 감독이지만 모두가 ‘독’이 두려워 손사래를 친 성배를 과감히 받아들었다. 절뚝거리는 다리로 무거운 짐을 진 채 칼끝에 서야하는 김인식 감독. 이 시대의 진정한 리더이자 영웅의 모습이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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