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한국축구연구소(이사장 허승표)와 한국축구지도자협의회(회장 김강남)가 현역 축구 지도자들을 상대로 워크숍을 열고 한 사람당 200만 원 이상의 돈을 뿌렸다는 제보를 듣고 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한국축구연구소 사무실을 찾았다. 김덕기 한국축구연구소 사무총장은 “돈을 줬지만 크게 문제될 게 없다”고 했고 조정구 한국축구지도자협의회 사무총장은 “다른 지도자들과 어울리다 보면 큰돈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국축구연구소와 한국축구지도자협의회는 다음 달 열리는 대한축구협회 산하 유소년연맹과 고등연맹, 대학연맹, 그리고 내년 1월 열리는 대한축구협회 회장직에 후보를 낸 단체다.
현역 지도자들은 각 연맹 회장 선거에서 사실상 투표권을 행사한다. 축구팀을 보유한 학교의 교장 등 관계자가 대의원이 되지만 통상 축구를 잘 아는 지도자가 대신 투표해 왔기 때문이다. 대한축구협회장은 16개 시도 및 7개 연맹, 중앙 대의원 5명 등 28명이 투표한다.
그렇다면 대한축구협회와 각 연맹 회장 선거에 출마할 후보들이 현역 지도자들에게 돈을 준 것은 엄연한 불법 선거운동이다. 또한 200만 원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한국축구연구소 측이 주장하듯 “지방(대전)에서 워크숍을 열다 보니 교통비와 식비 등으로 준 것”이라고 믿기에는 과한 액수다.
이번 금품 살포 행위는 대한축구협회가 사단법인이기 때문에 공직자윤리법상 선거윤리 규정 위반까지는 적용할 수 없지만 도덕적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대한축구협회를 일부 패거리가 장악해 망쳤다. 개혁을 위해서는 우리 후보 같은 참신한 인물이 협회와 연맹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단체가 도덕불감증을 보이고 있기에 더욱 할 말을 잃게 한다.
한 축구계 원로는 “돈을 뿌려도 된다는 게 누구 발상인지 정말 몰상식한 행동이다. 축제가 돼야 할 회장 선거에 돈을 뿌려 분위기를 망쳐 놓았으면 응당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으로는 개혁을 외치며 뒤로는 돈을 살포한 사람들이 과연 한국 축구를 제대로 이끌지 의문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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