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요정’ 김연아(18·군포수리고)가 석연찮은 심판판정의 피해자가 됐다. 생애 처음으로 점프에서 ‘롱 에지(Wrong Edge)’ 판정을 받았고 이에 따른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김연아는 6일 밤 열린 2008-2009 시니어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시리즈 3차대회 ‘컵 오브 차이나(Cup of China)’ 쇼트프로그램에서 첫 과제인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 때 잘못된 에지로 도약했다는 이유로 0.80점을 감점 당했다.
경기 직후 기자회견이 끝날 때까지 이 사실을 몰랐던 김연아는 뒤늦게 전해들은 후 어이없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전담 코치 브라이언 오서도 “몇 번이나 리플레이 화면으로 확인해봤지만 연아는 분명 올바른 에지로 점프했다”고 분노를 나타냈다.
○에지 사용, 전혀 문제없다
김연아가 e마크(잘못된 에지 사용)를 받은 점프는 트리플 플립이다. 플립은 왼발을 안쪽 에지에 놓고 오른발 끝으로 찍어 뛰어오르는 점프. 만약 김연아의 왼발이 바깥쪽 에지 상태였다면 오른쪽 다리가 뒤에 놓인 엑스자 형태로만 도약이 가능하다.
오서 코치는 7일 “화면을 보면 김연아가 분명 다리를 옆으로 벌린 채 뛰어오르고 있다. 왼발이 아웃에지였다면 오른발을 옆에 놓고 도약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는 각도에 따라 에지를 ‘중립’으로 볼 수는 있어도 e마크를 받는 건 말이 안 된다”면서 “지난 아홉 번의 대회 동안 단 한번도 지적받지 않았던 점프를 똑같이 뛰었는데 갑자기 잘못됐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러츠도 감점 대상 아니다
오서 코치는 또 두 번째 점프인 트리플 러츠가 다운그레이드를 받은 데 대해서도 의구심을 나타냈다. 김연아 스스로도 “착지할 때 점프가 살짝 모자란 것 같았다”고 했지만 화면 확인 결과 “다운그레이드를 받을 정도는 아니다”라는 것이다. 몸의 회전만으로 판단한다면 분명히 회전이 반 바퀴 부족했다.
이 때문에 기본 점수 6점이 1.90점으로 깎이고 감점 0.42점까지 추가됐다. 하지만 오서 코치는 “몸보다 스케이트가 중요하다. 분명히 스케이트 날이 정상적인 각도로 떨어졌다”면서 “베스트 러츠는 아니었지만 회전수가 부족한 러츠는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한 번은 참겠다
하지만 수정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김연아의 매니지먼트사 IB스포츠 관계자는 “선수가 공식적으로 판정에 항의할 수 있는 채널이 없다. 다만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고 생각해 여러 방법을 찾아볼 것”이라면서 “오서 코치가 비공식적으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관계자에게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서 코치도 “한 번 점수가 나오면 선수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차라리 (세계선수권이 아닌) 지금 이런 일이 벌어져서 다행”이라고 했다.
롱(wrong)에지 논란은?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지난해부터 점프 시 올바른 에지 사용에 대한 규칙을 엄격하게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경기 요소별 점수를 분석한 프로토콜에는 잘못된 에지를 사용한 점프 옆에 ‘e’자를 붙여 제대로 뛴 점프와 구분하도록 했다. 이로 인해 가장 피해를 본 선수가 일본의 아사다 마오와 안도 미키. 아사다 마오는 러츠, 안도 미키는 플립을 뛸 때마다 습관적으로 잘못된 에지를 사용해왔기 때문에 지난 시즌 내내 감점을 받았다.
김연아에게 ‘롱 에지’ 논란이 더욱 치명적인 이유는 그녀가 ‘점프의 정석’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기 때문. 김연아의 점프는 ISU 심판강습회 때 교재로 쓰일 정도로 완벽하고 질이 높기로 유명하다. 트리플 점프 중 가장 배점이 높은 악셀을 뛰지 못하면서도 아사다 마오를 이길 수 있는 이유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