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여왕’ 김연아(18·군포 수리고)가 출전한 대회에서 이변은 없었다.
김연아는 심리적 부담을 갖고 나선 프리스케이팅 연기에서 기술과 체력, 정신력이 일체가 된 완벽한 연기를 펼쳤고 완벽한 우승을 차지했다.
8일 중국 베이징 수도체육관 특설링크에서 열린 2008∼2009 그랑프리 3차 대회.
이틀 전 쇼트프로그램 연기 중 ‘롱에지(wrong edge·잘못된 날을 사용한 점프)’ 판정을 처음으로 받아 다소 충격을 받았던 김연아는 이날 1만6000여 명의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지막 연기자로 나섰고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 환상적인 연기로 우승했다.
롱에지 판정을 받은 기술은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 중 트리플 플립. 이날 같은 기술에서는 롱에지가 아닌 ‘주의(에지가 정확하지 않았음)’ 판정을 받았지만 우승엔 지장이 없었다.
오히려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시즌 최고점인 128.11점을 얻어 쇼트프로그램(63.64점)을 합쳐 총점 191.75점으로 1위. 2위인 일본의 안도 미키(170.88점)와는 20.87점 차였다.
그랑프리 5개 대회 연속 우승한 김연아는 다음 달 10∼14일 경기 고양시에서 열리는 왕중왕전 성격의 그랑프리 파이널 출전권도 따냈다.
김연아의 순발력이 돋보였다. 트리플 러츠-더블 토루프-더블 루프를 시도하려다 첫 점프 착지 불안으로 콤비네이션을 완성하지 못한 김연아가 이후 트리플 러츠 점프로 예정된 기술에 더블 토루프를 붙인 콤비네이션을 즉석에서 연출해 점수를 높였다.
부담은 아사다가 더 클 듯. 김연아는 두 번의 대회에서 ‘신드롬’이라 할 만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반면 이미 2년 연속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김연아 때문에 2위로 밀렸고 지난 시즌 롱에지 판정으로 고전했던 아사다로선 성공률이 안정적이지 않은 ‘트리플 악셀(3바퀴 반 회전)’을 쓸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