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회의 4강 진출, 베이징올림픽의 금메달 획득으로 잘해봐야 본전, 못하면 망신이란 분위기와 함께 팀 성적에 따라 파리 목숨과 같은 프로야구 감독 자리를 감안하면 나라를 위해, 야구계를 위해 희생을 강조해 보았자 감독들이 구단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또 자존심과 이해관계까지 엉키면서 복잡해졌다. 그러나 작금의 사태를 지켜보면 야구계가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금년 프로야구의 500만 관중 돌파가 야구계 내의 고무적인 사건이라면 올림픽금메달은 국민들에게 짜릿한 흥분과 함께 야구에 관한 관심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다. 한마디로 겉보기엔 화려한 결과를 낳았다. 겉보기라고 말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구계에 남아있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야구의 위축과 프로구단수의 정체로 수요공급의 불균형은 일자리 부족 현상으로 심화되고 있고, 더욱 우려되는 것은 금메달로 국민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해당부서 및 지자체는 40-60년이 지난 낡은 야구장에 대한 개선책에 대한 언급조차 없으며 안산 돔구장 건립은 발표 후 실행여부가 불투명하다.
즉, 인프라 개선문제는 진전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야구계가 이처럼 외화내빈 상태란 걸 아는 국민들과 팬들이 어느 정도일지 모르지만 늘어나는 야구팬과 동호인들을 위한 시설과 장소를 제대로 공급해 주지 못할 경우에 프로야구가 계속 사랑받는 스포츠산업으로 정착할 수 있을 지는 의문스럽다. 어쨌든 야구계가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 있고, 아무리 노력해도 정부당국의 협조 없이는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현존하고 있다.
WBC 코칭스태프 조각문제는 야구계가 스스로 해결해야할 문제다. 훗날 야구계가 어려워질 경우에 베이징올림픽 영예에 취해 거품야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소리를 야구인, 야구계가 들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미 프로야구 초기의 열광적인 분위기에 도취해 프로스포츠 산업의 기반을 다지는데 실패했던 야구계가 모처럼 온 기회를 또다시 놓치지 않도록 모두가 양보, 희생정신을 발휘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구단이나 감독·코치들이 선수들에게 희생번트 하나 제대로 못 대냐고 못마땅해 하는 경우를 자주 보았다. 지금 상황이야말로 구단·감독들이 희생번트를 제대로 대야 할 상황이 아닐까.
야구해설가
오랜 선수생활을 거치면서 감독, 코치, 해설 생활로 야구와 함께 살아가는 것을 즐긴다. 전 국민의 스포츠 생활화를 늘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