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아내 이송정(26) 씨, 아들 은혁(4) 군과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한 이승엽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이승엽은 귀국 기자회견에서 “우리 팀이 일본시리즈에서 세이부에 3승 4패로 진 것은 나 때문”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3년 연속 30홈런 이상을 기록했던 이승엽의 올 시즌은 최악이었다. 요미우리의 팀 최고연봉자(6억 엔·약 81억 원)가 중심타선 역할을 하지 못했다. 9월 16일 요코하마와의 방문경기에서 3연타석 홈런을 쏘아 올렸지만 1군과 2군을 오가며 타율 0.248, 8홈런 27타점에 그쳤다.
일본시리즈에서는 스스로 고개를 내저을 정도로 실망스러웠다. 7경기에서 타율 0.111(18타수 2안타), 삼진 12개에 타점은 1개도 올리지 못했다.
이승엽은 내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불참할 뜻을 분명히 했다. 현재의 타격 컨디션으로는 WBC에서 한국대표팀에 더 폐를 끼칠 것 같다는 게 이유였다. 이승엽은 이번 겨울 확실한 부활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대구 본가에서 휴식을 취한 뒤 개인훈련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승엽은 8월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내가 죽지 않았음을 보여 주겠다”고 자신했다. 올림픽 초반 타격 부진에 시달렸지만 일본과의 준결승, 쿠바와의 결승에서 잇달아 결승 2점 홈런을 날리며 ‘국민 영웅’으로 거듭났다.
이승엽은 “태극마크를 달고 베이징 올림픽 야구에서 9전 전승 퍼펙트 금메달을 차지한 기억을 소중히 간직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라를 위해 국가대표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이제는 소속팀에 힘이 되고 싶다”며 “능력 있는 후배들이 WBC에서 잘해주리라 믿는다”라고 덧붙였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