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7시 30분. ‘쉭쉭’ 소리를 내며 자전거들이 지나간다. 운동 삼아 나온 라이더도 있지만 출근하는 사람도 많다. NHN 마케팅커뮤니케이션실 김성철(36) 실장도 그중 한 명이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사는 그는 회사 동료 4명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경기 성남시 분당에 있는 회사로 가는 길이다. 11월 이른 아침이라 쌀쌀한 날씨. 입에서는 허연 김이 나오지만 얼굴에는 땀방울이 맺혔다.
“2006년부터 살도 뺄 겸 운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한강으로 나왔어요. 달리기도 해보고 인라인스케이트도 타봤지만 좀 지루하더라고요. 그때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이거다 싶었죠.”
김 실장은 곧바로 자전거의 매력에 빠졌고 출퇴근길에까지 이용하게 됐다. 늘기만 하던 체중이 자전거 출퇴근 3개월 만에 7kg이나 빠졌다.
운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어도 실천은 쉽지 않다. 따로 시간을 내는 것부터 만만치 않다. 하지만 아무리 바쁜 직장인이라도 출퇴근은 하기 마련. 이 시간을 활용하면 고민은 해결된다.
가장 간편한 출퇴근 운동은 물론 걷기다. 1주일에 3회 이상 시속 6km 안팎의 다소 빠른 속도로 30분 이상 걸으면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집과 직장의 거리가 멀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럴 경우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가다 목적지에서 두세 정거장 전에 내려 걸어가는 ‘절충식’이 권할 만하다.
자전거 이용은 걷는 것보다 번거롭다. 자전거와 헬멧 등 장비도 마련해야 하고 갈아입을 옷도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자출족(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효과를 따져 보면 그 정도 번거로움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김 실장의 자전거 출근 거리는 약 27.3km로 1시간 15분 정도 걸린다. 지하철로만 50분 정도 소요되는데 집에서 역, 역에서 회사까지 걷는 것과 기다리는 시간을 포함하면 자전거가 더 빠르다.
김 실장의 권유로 ‘자출족’이 된 같은 부서 윤종원(32) 씨는 “거액을 투자해 외국계 헬스클럽 평생회원으로 가입했는데 올해 초에 부도가 났다. 어쩔 수 없이 자전거를 선택했는데 건강에도 좋고 출퇴근도 해결할 수 있어 오히려 잘됐다”고 말했다.
사는 곳이 모두 다른 이들은 시간을 정해놓고 영동대교 남단에 모인 뒤 함께 페달을 밟는다. 덕분에 팀워크도 좋아졌다. 회사까지 달려와 근처 사우나에서 땀을 씻고 나면 활력이 솟는다. 퇴근길에 가끔 야경을 바라보며 맥주 ‘딱 한 캔’을 들이켜는 것도 즐거움이다.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에 사는 주종혁(33) 씨는 “출퇴근 거리가 60km가 넘기 때문에 매일 자전거를 이용하기는 아직 체력적으로 부담이 된다. 하지만 왕복 30km 이내라면 권장할 만한 출퇴근 방법”이라고 말했다.
아직 자전거 도로가 제대로 갖춰진 곳은 많지 않다. 더군다나 직장이 도심에 있다면 자전거로 달릴 길이 마땅치 않다. 다행히 서울시의 경우 2010년까지 한강변과 그 지천, 그리고 주요 생활권역에 300km가 넘는 자전거 도로를 건설할 계획이다. “운동할 시간이 없다”는 얘기는 갈수록 핑곗거리가 될 것 같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공동기획: 국민생활체육협의회·동아일보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 국민체육진흥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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