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전역해 ‘민간인’이 된 손시헌은 두산의 마무리훈련이 시작된 11일 잠실구장에 나타났다. 집에 돌아와 짐을 풀어놓은 지 하루 만이다. 그는 늘 그 자리에 있었다는 듯 동료들 속에 파묻혀 똑같이 달리고 땀을 흘렸다. 훈련이 다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이제는 모르는 얼굴이 너무 많아져서 어색하다”며 웃었다.
○돌아온 원조 ‘신고선수 신화’
김현수 전에 손시헌이 있었다. 두산의 ‘신고선수 신화’ 계보다. 2003년 신고선수로 입단한 손시헌은 2005년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인간 승리의 드라마를 썼다.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유격수 중 한 명으로 입지도 굳혔다. 영광을 뒤로 한 채 상무에 입대한 건 2006 시즌이 막 끝난 11월. 2군과 전국체전에서 상무 내야를 지키는 동안 2년이 훌쩍 흘렀다.
손시헌은 “상무에서 운동을 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프로에서 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모처럼 고되게 운동하니 힘들지만 설렌다”면서 “마무리 훈련은 전지훈련을 위한 예습 같은 과정이니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성실하게 훈련할 것”이라고 했다.
○‘무한경쟁’ 시작…신인 같은 자세로
앞으로 벌어질 치열한 주전 다툼도 염두에 둔 각오다. 선수들 간의 ‘무한경쟁’을 유도하는 김경문 감독은 손시헌에게도 예외를 두지 않았다. 김 감독은 “군에서 돌아오는 선수들은 지금 어떻게 훈련하는지가 특히 중요하다”면서 “시헌이가 돌아와서 내야 수비가 강화된 건 사실이다. 이대수 같은 기존 선수들과의 경쟁도 볼만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시헌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지난 시즌 유격수로 번갈아 기용된 이대수와 김재호가 만만치 않은 경쟁자인데다 입대 전과는 달리 팀에서 베테랑이 됐다. 손시헌은 “입대 전에는 형들도 많았는데 이제는 내가 고참급이 됐다. 신인 같은 자세로 새 출발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손시헌은 훈련 후 웨이트 트레이닝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잠실|배영은 기자 y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