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부진한지 이유를 모르겠다.”
요미우리 이승엽(32·사진)은 최근 한 지인에게 “체력은 문제가 없는데 타격이 잘 안 된다”고 털어놓았다.
이승엽은 세이부와의 일본시리즈 7경기에서 무기력했다. 타율 0.111(18타수 2안타)에 홈런과 타점은 한 개도 없었고 삼진을 12개나 당했다.
베이징 올림픽 초반에 그랬던 것처럼 이승엽의 타격밸런스가 무너졌다는 게 야구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하지만 4년 동안 이승엽의 겨울 훈련을 맡은 오창훈 세진헬스 관장의 분석은 다르다. 이승엽은 지난해 “왼손 엄지가 아프다”고 했지만 올해는 그런 말이 전혀 없었다는 것.
오 관장은 “이승엽은 올해 베이징 올림픽과 일본 리그를 함께 치르며 바이오리듬이 흐트러졌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올해 그 어느 때보다 바빴다. 대표팀 멤버로 3월 대만 타이중의 올림픽 대륙별 플레이오프에 참가한 뒤 요미우리에 돌아와 타격 부진 때문에 2군으로 추락했다. 3개월여 만에 1군에 복귀하자마자 베이징행 비행기에 올랐다. 경기장과 상대 선수가 수시로 바뀌면서 일본시리즈 부진으로 이어졌다.
이승엽은 12월 중순부터 겨울 훈련을 시작한다. 지난해보다 10여 일 앞당긴 부활 준비다.
오 관장은 이번 겨울 훈련에서 이승엽의 순발력과 스피드 강화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30분짜리 운동 프로그램을 20분 이내에 소화하도록 해 상대 투수의 공에 빠르게 반응하는 몸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승엽의 현재 몸무게는 92kg. 평상시보다 3kg 정도 빠졌다. 올림픽 강행군에 일본시리즈까지 소화하느라 심신이 지친 탓이다.
오 관장은 “내년 1월 요미우리의 합동훈련 전까지 몸무게를 원상태로 만들어 힘을 비축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엽은 당분간 휴식을 취할 예정이지만 틈틈이 러닝을 하며 기초 체력 훈련을 병행한다. ‘국민타자’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이승엽의 2009 시즌은 이미 시작됐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