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이제, 운동을 그만 둘래요”라고 말하길 바랐다. 딸자식이 고생하는 것을 10년 넘게 지켜보면서도 단 한번도 “그만하라”고 말한 적 없는 어머니였다.
‘울지 말아야지.’ 몇 번을 다짐했건만 딸의 얼굴을 공항에서 보는 순간,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은 어쩔 수 없었다. 부둥켜안은 모녀(母女)를 바라보며, 공항을 오고가는 수많은 사람들은 그들의 사연을 짐작이나 했을까.
정슬기는 6살 때 어머니 신미숙씨와 함께 수영을 시작했다. 물에 들어가기조차 무서워하는 딸을 위한 배려였다. 전국의 경기장을 돌며 딸을 응원한 어머니는 정슬기의 가장 큰 버팀목이었다.
사실, 올림픽은 참가에 의미를 두는 것이라는데. 메달하나 못 따도 꿈의 무대를 즐기는 선수도 많은데. “선수촌에만 있지 말고, 제발 베이징구경도 좀 하고 와.” 어머니는 온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딸이 안쓰러웠다.
“제발, 이제는 공부도 하고, 운동은 취미로 했으면…….” 하지만 딸의 수영실력은 이미 재미삼아 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 있었다.
고집스럽게 했던 운동. 결국 그 고집 때문에 결국 딸의 편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대신 한 가지 약속을 했다. 이제부터는 운동을 즐기면서 하기로.
열심히 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따라올 수 없다고 했던가. 전국체전 이후 떠난 2박3일 강원도 여행. 올림픽과 체전 때문에 미루고 미뤘던 그 여행에서도 정슬기는 “호텔 수영장을 들렀다”고 했다. 수영이 하고 싶어서. 꼭, 물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인어 같았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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