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이겼던 팀이라도 오늘 질 수 있다. 그게 야구다.”
한국시리즈를 2연패하고 아시아시리즈 우승에 도전한 SK가 15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대만의 퉁이에 4-10으로 대패하는 바람에 결승행이 좌절된 뒤 SK 김성근 감독이 한 말이다.
김 감독은 “우리 투수들의 공이 가운데로 몰렸고 타자들도 병살타를 4개나 쳐 이기기 힘든 경기였다. 오늘 경기에서는 우리보다 퉁이가 힘이 더 강했다”며 덤덤한 표정으로 패인을 분석했다.
일본시리즈 우승팀 세이부의 전력 분석에 집중하느라 퉁이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그는 “국제대회에서는 모든 팀을 완벽히 분석할 수 없다”고 말했다.
SK가 세이부 전력 분석에 집중하는 동안 퉁이는 SK를 타깃으로 삼았다. 지난해 아시아시리즈에서 SK에 1-13으로 7회 콜드게임패 수모를 당했던 퉁이는 올해 대만시리즈에서 우승하자 2명의 코치를 보내 한국시리즈 1∼5차전을 모두 비디오에 담아가 집중 분석했다.
SK는 지난해 퉁이전에 선발로 나가 5이닝을 5안타 1실점으로 막고 승리 투수가 된 채병용을 올해도 선발로 올렸지만 지난해와는 사정이 달랐다.
한국시리즈 2차전에 선발로 나와 던진 채병용의 공에 대해 충분히 연구한 퉁이 타자들은 홈런 2개를 포함해 7안타로 5점을 뽑으며 3과 3분의 1이닝 만에 채병용을 끌어내리며 초반에 승부를 갈랐다. 퉁이 타선은 홈런 4방으로 8점을 뽑는 등 12안타로 10점을 뽑아 SK 마운드를 무너뜨렸다.
퉁이 리원셩 감독은 “지난해 SK에 큰 점수 차로 패했기 때문에 올해는 나름대로 생각을 많이 하고 나왔다”고 말했다.
SK는 세이부, 퉁이와 같이 2승 1패를 기록했지만 최소 실점률에서 뒤져 3위로 밀리는 바람에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16일 결승에서는 9회말 터진 사토 도모아키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세이부가 퉁이를 1-0으로 꺾고 우승했다. 이로써 2005년부터 열린 네 번의 아시아시리즈에서 일본이 모두 우승했다.
도쿄=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