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의 귀환.’
박지성(27·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왔다. 박지성은 16일 새벽(한국시간) 스토크 시티와의 프리미어리그 12라운드에 선발 출전해 62분을 뛰며 팀의 5-0 승리를 도운 뒤 같은 날 오후 곧바로 카타르 도하로 이동, 대표팀에 합류했다.
○주장의 책임감
대표팀 관계자는 “박지성이 17일에 사우디로 올 수도 있었지만 스스로 책임감을 느껴서인지 하루라도 빨리 대표팀과 함께하는 길을 택했다”고 귀띔했다. 박지성은 스토크 시티전 후 맨유 홈페이지를 통해 “주장이 될지 여부는 카타르에 가봐야 알 수 있다”며 애써 몸을 낮췄지만, 이미 대표팀에서는 박지성의 주장 여부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 박지성이 주장 완장을 찬 지난달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전에서 특유의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선수단을 잘 통솔한데다 최근 소속 팀에서도 3경기에 연속 선발로 출전하는 등 가벼운 몸놀림을 보이고 있어, 그의 합류로 허정무 감독은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중동의 추억
박지성이 A대표팀의 일원으로 중동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7번째다. 중동은 박지성에게 좋은 추억과 아픈 기억을 동시에 안겨줬다.
박지성은 2000년 6월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LG컵 대회 마케도니아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터뜨린 후 이어 2000년 10월 UAE 두바이에서 벌어진 LG컵과 레바논 아시안컵에 연달아 출전해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그러나 유독 사우디를 상대해서는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2000년 레바논 아시안컵 4강에서 사우디에 1-2로 패했고, 2005년 3월 월드컵 최종예선 사우디 담맘 원정에서도 0-2로 지며 자존심을 구겼다.
따라서 박지성에게는 이번 사우디전이 대표팀의 19년간 무승 징크스 청산과 함께 개인적인 빚도 동시에 갚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인 셈이다.
도하(카타르)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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