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씽 스페셜] SK가 대만 퉁이에 진 까닭은?

  • 입력 2008년 11월 17일 08시 06분


15일 아시아시리즈 대만 퉁이전 패장으로서 공식 인터뷰장에 들어선 SK 김성근 감독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담담함을 유지하려 애쓰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다.

퉁이전 4-10, 불의의 참패 직후 SK 선수, 코치들의 얼굴은 돌처럼 굳어버렸다. 2점차 이내로 패해도 결승에 오르는 상황이었지만 4-6에서 등판한 마무리 정대현이 8회말을 막지 못하고 4실점, SK의 우승 비원은 수포가 됐다. 꼭 1년 전 이 대회에서 13-1로 압승했던 팀에게 잡힌 것이라 그 충격은 테러 수준이었다. 왜 SK는 졌을까?

○대만야구를 너무 쉽게 봤다

SK 팀 내부의 핵심 인물조차 일본으로 출국하기 전까지 대만에서 어느 팀이 나오는지조차도 몰랐다. 이런 실정이니 제대로 된 데이터가 있을 리 만무했다. 다만 SK는 대만야구를 중국과 비슷하거나 조금 나은 정도로 여겼다.

중국전과 똑같은 패턴(공격은 기동력으로 흔들고, 투수는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유도하는)으로 나오면 낙승할 것이란 기류가 역력했다. 실제 SK의 15일 타순은 정근우만 제외하면 전날 중국 텐진전과 똑같았다. 선발 채병용은 작년 퉁이전에 던진 투수였다.

○퉁이는 칼을 숨겨놓고 있었다

SK가 타도 일본을 위해 1년을 준비했다면 퉁이는 ‘SK전 복수혈전’을 위해 칼을 갈고 있었다. 작년엔 유람 기분으로 왔다 창피를 당했다면 이번엔 대만시리즈 7차전 우승 당일만 파티를 벌이고, 곧바로 아시아시리즈를 대비했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퉁이는 작년과 비교해 두 가지 점이 보완됐다. 첫째 1년 전 결장했던 용병 브리또가 3번 3루수에 포진했다. SK 출신인 브리또는 5타수 2안타를 쳤고, 특히 0-1로 밀리던 4회 선두타자 우전안타는 대량득점의 신호탄이었다.

둘째 SK 공략을 위해 대만은 리그 전체가 거국적으로 움직였다. “대만시리즈 7차전에서 패한 숑디의 코치 2명을 한국에 파견, SK의 한국시리즈를 관찰했고 데이터와 영상도 수집했다”라고 뤼원셩 감독은 밝혔다. SK는 자기 패를 다 보여주고도 상대를 얕잡아보고 붙었다가 털린 셈이다.

○운도 없었다

당초 SK가 예측한 퉁이 선발은 전 삼성용병 해크먼이었다. 그러나 갑작스런 부상 탓에 린웨이핑이 선발로 나왔다. 올 시즌 퉁이의 마무리였는데 전격 선발로 투입돼 7이닝 3실점으로 벼락스타가 됐다.

반면 좌우 코너워크가 장점인 채병용은 일본 구심의 스트라이크존과 맞지 않아 유리한 카운트를 잡고도 승부를 못 냈다. 결국 몰리는 공을 던지다 대만의 풀스윙에 걸려들어 침몰했다. SK는 홈런 4방을 얻어맞았고, 4개의 병살타를 쳤다. 운도 정보력도 다 안 됐기에 패배는 당연한 귀결이었다.

도쿄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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