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일격필살에 한국의 잠수함들이 연달아 침몰하고 있다.
‘잠수함 투수 잔혹사’의 기원은 아테네올림픽 예선이 열린 2003년 11월 삿포로의 비극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4-2로 앞선 9회말 임창용에 이어 급조 마무리로 투입된 조웅천은 블론세이브에 이어 연장 10회 2사 만루서 끝내기 역전타까지 맞았다.
이 패배로 한국은 올림픽 본선조차 나가지 못했다. 당시 조웅천은 대학생 심수창(현 LG) 대체 멤버로 갑자기 뽑혀 훈련도 안된 상태에서 대표팀에 합류했다.
이어 2006년 코나미컵에선 임창용(당시 삼성)이 라뉴 린즈셩에게 대형 홈런을 맞고 역전패를 당했다. 삼성은 결승조차 오르지 못했고, 그 후유증은 그해 12월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의 망신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2008년 아시아시리즈에선 국가대표 마무리 SK 정대현(사진)이 희생양으로 전락했다. 한국시리즈부터 몸이 안 좋았던 정대현은 4-6으로 뒤지던 8회말 3점홈런 포함, 대거 4실점했다.
정대현의 몰락과 함께 2점차로만 져도 결승에 진출할 수 있었던 SK의 꿈은 사라졌다.
또 하나 노출된 대만 콤플렉스는 홈런 공포증이다. SK는 퉁이에 4개의 홈런을 맞았다. 연속안타를 치긴 힘드니 일발장타로 승부를 거는 대만의 공격 패턴이 묻어난다.
실제 이 전법은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도 적중했는데 그땐 손민한이 홈런에 무너졌다.
최대의 국제대회인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한국은 대만과 첫 관문에서 마주친다. 3월 6일 첫 경기부터 붙고, 패자부활전 결과에 따라선 한번 더 대결할 수도 있다. 대만은 WBC 감독 내정자인 예치시엔이 벌써 도쿄돔을 찾아 SK와 세이부의 전력을 탐색했다.
도하 아시안게임 금메달 감독이다. 왕젠민(양키스)은 불참 유력으로 확인됐지만 궈홍즈(다저스) 등 해외파 차출이 이뤄질 전망이기에 반쪽 멤버로 나온 베이징올림픽보다 강력해질 것이 확실하다.
도쿄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