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23·AS모나코)이 2년여 만에 ‘기회의 땅’을 다시 밟았다.
박주영은 17일 오전(한국시간) 프랑스리그 스타드 렌과의 14라운드 원정경기에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한 뒤 18일 새벽 사우디 국제공항을 통해 결전의 장소인 리야드에 도착했다. 한국은 17일 새벽 카타르에서 대표팀에 합류한 박지성(맨유)과 이영표(도르트문트)에 이어 오범석(사마라FC)이 박주영과 같은 날 사우디에 도착하면서 해외파 4명을 포함한 24명의 정예멤버로 비로소 완벽한 모습을 갖췄다.
열사의 땅 사우디는 박주영에게 남다른 기억이 서려 있는 곳이다. 독일월드컵을 앞둔 2006년 1월 아드보카트호의 중동 원정길에 승선해 사우디에서 열린 4개국 친선대회에서 그리스, 핀란드를 만나 2경기 연속 골을 작렬시킨 기분좋은 추억이 있다. 비록 사우디를 상대로 넣은 골은 아니지만 현 대표선수 중 사우디에서 골 맛을 본 선수는 박주영이 유일하다.
지금은 2006년과 처한 상황이 비슷하다.
박주영은 A매치 데뷔전이었던 2005년 6월 3일 독일월드컵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린 뒤 6월 8일 쿠웨이트전에서 2경기 연속골을 쏘아 올리며 성인대표로서 화려한 신고식을 했다. 그러나 너무 기대가 컸던 탓일까. 이후 7개월 간 A매치에서 좀처럼 골을 넣지 못하다가 2006년 1월 사우디 4개국 대회에서 2골을 몰아치며 천재의 부활을 알렸다.
박주영은 올해 6월 북한과의 3차 예선 이후 5개월 여 만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2010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이 시작된 후로는 처음으로 허정무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A매치에서는 6월 7일 요르단과의 3차 예선 이후 아직 골 맛을 보지 못했다.
더구나 페널티킥이 아닌 필드골은 2월 동아시아대회 중국과의 경기 이후 9개월 간 침묵 중이다. 2년여가 지났지만 마치 시간을 거꾸로 돌려놓은 듯하다. 이번 사우디 원정에서 박주영이 다시 득점포를 가동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박주영에게 사우디는 기회의 땅이다.
최근 프랑스 리그에서의 활약상 역시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 프랑스 리그 데뷔 무대였던 9월 14일 로리앙과 5라운드부터 정규리그 10경기 연속 선발 출전하며 주전으로 완전히 자리를 굳혔다. 팀 전력이 뒷받침되지 못해 비록 많은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그 기량은 허정무 감독도 인정하고 있다. 14라운드 렌과의 경기에서는 0-2로 뒤지던 후반 36분, 페널티킥을 유도해 팀의 만회골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허 감독은 “한국에 있을 때는 심리적인 부담감이 커서인지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프랑스에 간 이후 골을 받기 위한 움직임, 문전 쇄도가 특히 좋아졌다. 운동량이 더 많아졌다는 것도 좋은 징조다”라며 박주영을 중용할 뜻을 내비쳤다.
리야드(사우디)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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