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법과 규정속에서 움직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주차단속요원과 운전자간에 시비가 붙을 수 없다. 단속요원은 동네마다 전봇대 같은 곳에 비치된 표지판에 따라 법을 집행할 뿐이다. 공사장에도 공사 수칙에 관한 규정이 있다. 가령, 공사현장에는 먹을 수 있는 물과 간이용 화장실을 비치해야 된다고 돼있다. 작업도 몇시간 이상 지속적으로 하지 못하고 필히 휴식을 취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과중한 벌금이 따른다.
지난달 한국시리즈 1차전 때 해프닝 기사를 읽으면서 메이저리그와 한국야구의 차이는 바로 이런 세밀한 데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SK의 문학구장에서 벌어진 1차전 때 SK 선발투수 김광현은 주차요원으로부터 “주차장이 만차가 됐다”며 제지를 받았다. “오늘 선발투수인데 1층에 주차하면 안 되느냐”고 부탁해 간신히 주차할 수 있었다는 기사였다. SK 사장에게는 절대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다른 제반 문제를 떠나 주차와 관련돼 메이저리그와의 차이를 보겠다. 현 메이저리그 버드 셀릭 커미셔너는 재임기간 동안 노사문제에 관해서는 태평성대를 누리고 있다. 현 노사협상 기본협정서는 2006년에 구단주와 선수측이 타협을 이뤄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유효하다.
메이저리그 기본협정서는 부록까지 합쳐 229페이지의 방대한 분량이다. 방대하다는 것은 시시콜콜한 세부조항에 이르기까지 모든 게 협정서에 수록돼 있음을 의미한다.
협정서 ‘15조 잡다한 조항(ARTICLE XV-Miscellaneous)’ B는 ‘주차 편의(Parking Facilities)’에 관련된 사항이다. 여기에는 이렇게 명시돼 있다.
‘각 클럽은 선수를 위한 자동차 주차공간과 실행 가능한 범위 내에서 밴과 작은 트럭 공간도 제공해야 된다. 주차는 홈 게임과 훈련 날에 하며 선수는 비용을 내지 않는다.’
구단은 선수를 위한 주차공간을 제공하는 게 당연한 것이고, 돈을 받을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아울러 요즘 선수들이 큰 차량을 이용하기 때문에 공간이 허락된다면 밴과 트럭도 주차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월드시리즈 1차전 선발투수가 주차공간을 찾지 못해 이리 헤매고, 저리 헤매는 따위의 해프닝은 메이저리그에서는 벌어질 수가 없다.
물론 미국은 한국보다 주차공간이 넓은 게 사실이다. 아울러 선수는 메이저리그가 발급하는 신분증을 갖고 있어 이를 제시하면 무사통과다. 게다가 선수의 동선은 외부인으로부터 철저히 차단돼 있다.
한국은 프로야구가 출범한지 27년밖에 안된데다 선수노조의 활동도 미약해 메이저리그와 같은 기본협정서가 없다. 미국은 메이저리그 뿐 아니라 NBA, NHL, NFL 등이 하나의 산업처럼 분류돼 노사협상이 매우 중요하고 기본협정서가 잘 정비돼 있다. 선수는 기본협정서에 의해 철저히 보호받는다. 협정서에는 밥값, 원정 때 숙소, 연봉을 유예시켰을 때 은행 이자, 심지어 히스패닉 선수들의 스프링캠프 때 ESL 코스 비용 등에 대해서도 언급해 놓았다.
선수는 야구장의 주인이다. 가장 보호받아야 되는 최우선 순위다.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미국의 주말은 스포츠의 날이다.자정을 넘어서도 학원에 다녀야 하는 한국의 교육풍토.운동선수는 운동기계밖에 될 수 없는 학원스포츠.언제쯤 진정한 지덕체 교육이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 한숨만 나온다.스포츠를 보면 미국이 보인다.
[문상열의 포스트게임] 미국속의 베컴, 임팩트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