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PCO 45(한국전력)가 1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전 본사에서 프로배구단 출범식을 가진 가운데 공정배 감독은 “희망과 꿈을 주는 배구를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만년 꼴찌후보 KEPCO 45는 70-90년대 실업배구 시절만 해도 전통의 강호로 명성을 떨쳤지만, 2005년 V리그 출범 이후 상무와 함께 줄곧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2007-2008시즌에는 상무전에서 거둔 3승을 포함해 총 4승(31패)을 챙기는데 그쳐 최하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달라졌다. 5월 프로화를 선언한 이후 신인 드래프트에서 최일규(세터), 최석기(센터) 등 수준급 신예를 6명이나 영입했다. 그간 10명 안팎의 단촐한 선수단을 근근하게 꾸려온 과거를 생각한다면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정상 궤도에 진입할 때까지 짧게 3년, 길게 5년까지 내다본다는 공 감독은 “올 V리그에선 각 구단을 상대로 한 번씩 이기겠다”며 “내년 시즌에는 두 자리 이상의 승수를 쌓아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겠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나 단순히 승수만을 쌓고 플레이오프에 오르는 게 공 감독의 최종 목표는 아니다. “우리가 우승을 하겠다고 허풍을 떨면 남들이 욕하지 않겠느냐”고 농담을 던진 그는 한 가지 일화를 소개했다.작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홈경기를 치를 때 한전 직원들이 단체 응원을 왔는데, 아버지를 따라 온 꼬마 팬이 “아빠 회사는 왜 저래?”라고 꼬집었단다. 그 때의 충격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는 공 감독은 “이젠 어린이 팬들이 실망하는 모습을 보기 싫다”며 “큰 욕심은 없지만 천천히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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