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은 김호철 감독이 아파서 좀 쉬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19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08∼2009 남자프로배구 V리그 미디어데이. 박기원 LIG손해보험 감독이 ‘가장 위협적인 상대 선수를 꼽아 달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자 행사장은 일순간 웃음바다가 됐다. 장수들은 겉으론 웃고 있지만 속으론 서로에게 칼을 갈고 있었다. 상대를 높게 평가했지만 결국 ‘우승은 우리 몫’이라는 욕심이 곳곳에서 묻어났다.
지난 시즌 챔피언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현대캐피탈이 강력한 우승 후보”라고 했지만 “항상 최선을 다했고 올해도 우승과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박기원 감독은 “역시 높이와 조직력을 갖춘 현대캐피탈이 강력한 우승 후보”라고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박 감독은 “우리도 조직력만 갖추면 플레이오프에 들어갈 때 우승 후보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호철 감독은 “부담된다. 현대캐피탈을 높이 평가해줘 감사하다”고 운을 뗀 뒤 “하지만 삼성화재가 역시 최강이다. 삼성화재는 배구에서 필요한 부분을 모두 갖춘 팀이다. 선수 관리만 잘한다면 우승에 가장 근접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김 감독은 “지난번에 우승을 놓쳤으니 올해는 정상을 향해 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진준택 대한항공 감독은 “우리 팀이 많이 좋아졌다. 특히 쿠바 출신 칼라가 합류하면서 전력이 급상승했다. 챔프전 진출은 대한항공 몫”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진 감독은 “그러나 역시 전통의 강호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는 영원한 우승 후보”라고 평가했다.
올해 처음 프로가 된 한국전력의 공정배 감독은 “용병을 뽑지 못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승하려면 우리를 넘어야 할 것이다. 확실한 고춧가루 부대가 될 것이다. 모든 팀을 상대로 1승 이상을 하는 게 목표다”고 말했다.
한편 복병으로는 모든 감독이 키 205cm에 94kg의 탄탄한 체격에 스파이크 높이 370cm나 되는 칼라를 뽑은 대한항공을 지목했다. 김호철 감독은 “지난해 칼라를 스카우트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올해는 대한항공이 가장 많은 이슈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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