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호-박주영 ‘모래성’ 허물었다

  • 입력 2008년 11월 20일 05시 54분


“감독님 할아버지 된 것 축하해요”허정무 감독(왼쪽에서 두 번째)이 후반 32분 결승골을 터뜨린 이근호와 포옹하고 있는 사이 이영표(12번), 기성용(6번) 등 선수들이 ‘아기 어르기’ 골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허 감독은 최근 쌍둥이 외손자를 얻었다. 리야드=연합뉴스
“감독님 할아버지 된 것 축하해요”
허정무 감독(왼쪽에서 두 번째)이 후반 32분 결승골을 터뜨린 이근호와 포옹하고 있는 사이 이영표(12번), 기성용(6번) 등 선수들이 ‘아기 어르기’ 골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허 감독은 최근 쌍둥이 외손자를 얻었다. 리야드=연합뉴스
李 선제골-朴 추가골 사우디전 ‘통쾌한 승리’

한국, 월드컵 최종 예선 B조 단독선두 질주

후반 32분 이영표(도르트문트)가 페널티 지역 왼쪽 외곽에서 띄워준 볼을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골 지역 오른쪽에서 받아 슛을 날렸다. 이 볼이 수비수들을 뚫고 골 지역 왼쪽으로 흐르자 골문 쪽으로 파고들던 이근호(대구 FC)가 살짝 밀어 넣었다. 이 한 방으로 승부는 끝이었다.

한국 축구가 19년간 시달려 온 사우디아라비아 징크스를 털어냈다.

20일 새벽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킹 파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B조 3차전.

한국은 이근호과 박주영(AS 모나코)의 연속 골로 사우디아라비아를 2-0으로 꺾었다. 이로써 한국은 1989년 10월 25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예선에서 2-0으로 이긴 뒤 19년간 이어 온 사우디아라비아전 6경기 연속 무승(3무 3패)의 징크스에서 벗어났다. 한국은 또 승점 3점을 추가해 승점 7점(2승 1무)으로 이날 아랍에미리트와 1-1로 비긴 이란(승점 5점)을 제치고 조 1위를 지켰다.

힘겨웠지만 운이 많이 따른 승리였다. 한국 선수들은 잔디 상태가 안 좋아 패스와 드리블에 어려움을 겪었고 홈 어드밴티지를 이용한 사우디아라비아의 거친 플레이에 고전했다. 전반 12분 나이프 하자지가 김정우(성남 일화)의 입을 팔꿈치로 가격해 입술을 터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은 19년간 이어진 무승의 한을 풀기 위해 다양한 공격을 펼쳤다.

이근호와 정성훈(부산 아이파크)을 투톱으로 내세운 4-4-2 포메이션으로 나선 한국은 전반 시작 5분 만에 실점 위기를 맞기도 했다. 상대의 오른쪽 코너킥 상황에서 공격수가 한 헤딩슛과 이어진 피살 알술탄의 슈팅이 골키퍼 이운재(수원 삼성)가 지키지 못한 공간으로 파고들었지만 이영표가 연거푸 막아낸 것이다.

위기를 넘긴 한국은 왼쪽 공격수 박지성과 공격형 미드필더 기성용(FC 서울), 그리고 오른쪽 공격수 이청용(FC 서울) 등의 과감한 돌파로 상대 수비를 흔드는 등 다소 우세한 경기를 펼쳤다. 한국은 후반 11분 상대 공격수 하자지가 이운재와 일대일 맞대결에서 넘어진 게 ‘할리우드 액션’으로 판정되면서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해 수적 우세까지 얻게 됐다. 이때부터 한국은 경기를 일방적으로 주도했고 결국 후반 32분 이근호가 결승골을 낚아냈다. 후반 교체 투입된 박주영은 인저리 타임 때 추가골을 넣었다.

한편 이영표는 이날 경기로 100번째 A매치에 출장해 차범근(121경기), 홍명보(135경기), 황선홍(103경기), 유상철(122경기), 김태영(105경기), 이운재(109경기)에 이어 역대 7번째로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이상 뛴 선수 모임)에 가입했다.

리야드=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영상취재 :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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