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세월을 한결같이 달려온 거인이 마침내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세상 두려울 게 없던 20대 중반에 여드름투성이로 코트에 데뷔한 뒤 어느덧 이마에는 깊은 주름이 새겨졌다. 세월의 더께를 피할 수 없었지만 대신 나이테가 쌓이듯 차곡차곡 쌓인 기록의 의미는 오래도록 기억되기에 무뚝뚝하기만 하던 그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19일 KCC와 LG의 전주 경기.
KCC 서장훈(34)은 1쿼터 49초 동갑내기 추승균의 패스를 받고 가볍게 오른쪽으로 돌아 골밑슛을 넣었다. 휘문중, 휘문고 1년 후배인 LG 현주엽이 앞에 있었지만 밀착 마크보다는 오히려 살짝 피해줬다. 서장훈이 프로 데뷔전을 치른 뒤 10년 5일, 11시즌 462경기 만에 사상 첫 1만 득점 고지를 밟는 순간이었다. KCC의 전주 홈팬 4127명은 기립 박수를 보내며 일제히 “서장훈”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서장훈은 하프라인에서 두 팔을 번쩍 들어 감사 인사를 했다.
207cm의 장신인 서장훈은 큰 키를 앞세운 골밑 공격뿐 아니라 정교한 외곽 슛도 일품이다. 몸싸움이 많은 포지션이다 보니 코, 목, 발목 등의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면서도 5시즌이나 전 경기를 소화했을 만큼 강인한 투혼을 보인 것이 영광의 비결. 시즌마다 뛰어난 기량을 지닌 외국인 선수의 도전에 맞서기 위해 체중을 줄이고 뒤늦게 훅슛을 연마할 만큼 변화를 추구해 왔다.
서장훈은 1만 득점을 달성한 뒤 인터뷰에서 “오늘이 끝이 아니고 내일부터 새롭게 다시 시작하겠다. 득점 기록도 계속 바꿔 나가는 한편 통산 4097개를 기록하고 있는 리바운드에서도 은퇴 전에 꼭 5000개를 채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KCC는 LG를 98-89로 꺾고 2연패에서 벗어나며 단독 2위(6승 3패)가 됐다. 선두 동부와는 0.5경기 차. 서장훈은 6점을 보태 통산 1만4득점으로 마쳤다.
잠실에서는 KT&G가 지난 시즌 신인왕 김태술(5득점, 3어시스트)이 첫 출전한 SK를 73-65로 눌렀다.
전주=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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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취재 : 동아일보 김종석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김종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