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산책]日은 美 모방해 ‘명품골프’ 만들었는데…

  • 입력 2008년 11월 21일 02시 57분


일본은 모방을 잘합니다. ‘짝퉁’ 모방이라기보다 닮고 싶고, 되고 싶은 대상을 ‘따라하기’ 좋아합니다.

20일 미야자키 현 피닉스CC에서는 일본프로골프투어 던롭피닉스토너먼트가 막을 올렸습니다. 이 대회는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의 마스터스(오거스타CC에서 개최)를 따라합니다. 우승자에게 그린재킷을 입히는 것부터 시작해 골프장을 온통 녹색과 흰색으로 단장하는 것도 따라합니다. 심지어 캐디에게 전투기 조종사복처럼 상하의가 붙어 있는 옷을 입히는 것도 따라합니다.

대회를 주최하는 SRI(스미토모 고무공업)그룹은 던롭 타이어로 유명한 회사입니다. 1974년부터 피닉스 시가이아 리조트와 손잡고 35년 동안 한 곳에서 대회를 열었습니다. 피닉스CC가 ‘일본의 오거스타CC’처럼 되기를 바랐던 거죠. 상금도 운영도 최고를 지향했습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2004년부터 3년 연속 참가하는 등 초청 선수도 엄선했습니다. 먹고 마시는 공간 곳곳에 마련했고 아이들을 데려오는 부모를 위해 어린이 놀이공원까지 만들어놓을 정도로 갤러리들에 대한 배려가 각별합니다. 열심히 따라한 결과 ‘일본의 마스터스’가 됐습니다.

한국프로골프(KPGA)투어는 양적으로 꾸준히 발전하고 있습니다. 2005년 16개였던 대회는 올해 19개(밸런타인챔피언십 제외)로 늘었습니다. 상금 규모도 미국, 일본, 유럽의 뒤를 잇습니다.

하지만 보란 듯이 자랑할 만한 대회는 찾기 힘듭니다. 같은 대회라도 장소가 바뀌는 경우가 많고 스폰서도 수시로 바뀝니다. 여자 골프의 경우 골프장 매출 감소를 우려해 대부분 ‘3라운드 대회’로 치릅니다. 골프장 한쪽에서 대회를 하고 한쪽에서 영업을 하기도 합니다. 최소한의 사용료를 받고 장소를 빌려준다고 생각하는 국내 골프장에 많은 것을 바라는 건 무리입니다.

국내 대회 개최에 들어가는 비용은 보통 총상금의 2, 3배. 올 대회 중 가장 큰 총상금은 10억 원이었습니다. 총상금 2억 엔인 던롭피닉스토너먼트에 들어가는 돈은 8억 엔이 넘습니다. ‘따라하기’도 쉬운 일은 아닌가 봅니다. ―미야자키에서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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