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2시까지 승인 여부를 결정짓기로 한 약속을 어긴 것이다. 대신 21일 오전 9시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KBO는 20일 “신상우 총재가 21일 오전 9시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장원삼 트레이드 승인 여부와 그 배경에 대해 설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 총재와 KBO는 당초 19일 장원삼 트레이드의 적법성을 논의한 긴급이사회 직후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진통 끝에 20일 오후 2시까지로 한차례 결론을 유보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약속마저 뒤집어 다시 한번 신뢰성을 크게 의심받게 됐다.
게다가 차일피일 결정을 미루면서도 굳이 기자회견을 요청한 까닭에 각 구단은 물론 KBO 임직원들도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KBO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20일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무슨 말을 할지는 누가 알겠느냐. 다만 어제(19일) 이사회에서도 본인의 거취와 관련된 언급들을 하지 않았느냐. ‘책임지겠다’고 했으니 사퇴 선언도 나올 수 있다고 본다”고 귀띔했다. KBO 주변에서는 또 ‘내부적으로 이미 총재에게 사퇴를 권고했다’는 풍문도 흘러나온다.
갈팡질팡하는 신 총재의 태도와는 상반되게 야구계의 시선은 단호하다. 신 총재의 거취 표명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가 트레이드 승인 여부에 대해 올바르게 결정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삼성과 히어로즈의 현금 트레이드에 반발하고 있는 6개 구단들은 20일에도 여전히 “신 총재의 거취 따위에는 관심도 없다. 트레이드를 승인하면 신 총재를 상대로 법적 소송도 불사하겠다”며 극도의 불신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폭발 직전의 갈등이 전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또다시 결론을 유보한 만큼 신 총재의 21일 기자회견 또한 ‘공허한 말잔치’로 끝날 공산도 크다.
또 사퇴 가능성만 언급한 채 명분과 원칙에 어긋난 형태의 결론을 내놓을 것으로도 예측된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사실은 신 총재가 계속 현실도피적인 태도로 일관하거나,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어정쩡한 결정을 내릴 경우 프로야구계는 극심한 소용돌이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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