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삼성 이상민(36·사진)은 21일 동료들이 훈련하는 사이 침을 맞으러 갔다.
올 시즌 그는 훈련할 때 공을 거의 만지지 않고 경기에만 나서고 있다. 4, 5번 요추가 심각한 퇴행성 질환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경기가 없는 날이면 한의원에 가거나 삼성이 자랑하는 전문 트레이너들의 도움으로 맨몸 체조, 복근 강화, 고무줄 당기기 등 허리 보강 운동에 매달린다.
어느덧 자신보다 나이 많은 고참을 손가락으로 헤아리게 됐고 훈련량도 적지만 이상민의 ‘컴퓨터 가드’ 명성은 전혀 녹슬지 않았다. 경기 직전 집중적으로 몸을 풀고 출전해서는 감각적인 패스로 골밑에 있는 테렌스 레더에게 손쉬운 득점 기회를 주거나 넓은 시야로 좌우 코너에 있는 이규섭에게 어시스트를 해 가볍게 3점슛으로 연결시킨다. 19일 최강 동부와의 경기에서는 20분만 뛰고도 10어시스트, 6득점, 4리바운드로 승리를 이끌었다.
“한두 해 운동한 것도 아닌데…. 땀은 적게 흘릴지 몰라도 비디오 보고 상대 선수의 장단점 분석에 매달리면 경기 감각을 찾는 데 도움이 되죠.”
올 시즌 평균 출전 시간은 21분 34초. 고참이면 누구나 겪는 출전 시간 감소에 따른 코칭스태프와의 갈등도 없다. “오래 뛰고 싶다는 마음을 비운 지 오래입니다. 코트에 서는 순간만큼은 팀이 이기도록 전력을 다할 뿐입니다.”
안준호 삼성 감독은 “짧고 굵게 뛰는 이상민은 우리 팀 분위기를 살리고 상대를 압박하는 해결사”라고 칭찬했다.
요즘도 이상민만 등장하면 관중석에서는 열성 팬들의 비명이 쏟아진다. 철저한 자기 관리는 ‘영원한 오빠’의 장수 비결이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