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경제 불황 속에서도 한국전력이 V리그에 입성한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2005년 프로 출범 이후 아마추어 자격으로 참가한 한국전력 때문에 V리그는 구색이 갖춰지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때문에 이제야 프로리그로서 최소한의 진용을 갖춘 셈이다.
스포츠 키드 출신인 필자는 한국전력과는 지극히 개인적인 추억이 있다. 1970년대 중반, 초등학교 시절 석간으로 배달되던 지방신문을 매일 읽었는데, 어느 날 스포츠면 헤드라인이 ‘한국전력, 대한항공을 감전(感電)시키다’였다.
그 때는 ‘感電’(감전)이란 단어를 제대로 읽지 못해 옥편의 도움을 받아야했다. 이후 한국전력이 승리할 때 가끔씩 ‘감전’이란 단어를 접하곤 했다.
지금까지도 가장 기억에 남는 스포츠면 헤드라인은 당시의 그 제목이다. 한국전력 배구단은 그렇게 한 어린이의 마음속에 각인되었고, 스포츠 키드의 한자실력은 온전히 대한민국 모든 신문의 스포츠면 때문에 배양되었다.
한국전력 배구단이 1945년 11월에 창단된 국내 최초의 실업배구단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물론 당시에는 남선전기배구팀으로 창단됐고, 1961년 한국전력으로 개칭되었지만 뿌리가 변한 것은 아니다.
적어도 한국배구계에서는 전통을 가진 팀이다. 물론 1960년대 전성기 이후 경기력 면에서는 쇠퇴의 길을 걸어왔지만 오늘날 한국배구의 역사는 한국전력과 함께해 온 세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팀 명칭인 KEPCO45에는 한국배구의 역사성이 내재되어 있다.
1980년대 까지만 해도 배구는 농구와 더불어 가장 인기 있는 실내 스포츠였다. 하지만 이후 농구에 밀려 쇠락의 길을 걸어온 가운데 프로리그를 출범시켰지만 옛 명성을 회복하지는 못하고 있는 처지이다.
따라서 새로 출범한 KEPCO45가 한국배구 발전에 한 알의 밀알이 되기를 기대한다. 기업 입장에서도 프로배구단의 창단을 통해 배구발전에 기여한다는 점 외에도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4대 구기종목 프로스포츠 중에서 배구의 연간 운영비가 가장 저렴하다. 연간 15-20억원 정도로 팀을 운영할 수 있다. 또한 한국전력의 영문 명칭인 KEPCO를 배구 팬 뿐 아니라 전 국민에게 인지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비록 KEPCO45가 국내선수 만으로 구성돼 있는 관계로 팀 전력의 급격한 상승은 기대하기 힘들지만,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궁극적으로는 V리그 발전에 제대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동명대학교 체육학과 교수
요기 베라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경구를 좋아한다.
스포츠에 대한 로망을 간직하고 있다 현실과 로망은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로망과 스포츠의 '진정성'을 이야기 하고 싶다
[화보]제 5 구단 한국전력 ´KEPCO45´ 창단식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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