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팀의 에이스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는 덤덤하게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2군 투수라는 마음으로 다시 일어설 것”이라며 이를 악물었다.
LG 박명환(31). 그는 16일부터 사이판에서 재활 훈련을 하고 있다. 오전 웨이트트레이닝과 달리기, 오후 투구 연습, 저녁 식사 후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
박명환은 25일 전화 인터뷰에서 “현재 40m 거리에서 공을 던진다. 점점 투구 수를 늘려 가며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내년 시즌 마운드에 오르는 데 문제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를 기억하고 싶지 않은 한 해라고 했다. 5경기에 등판해 3패에 평균자책 8.61. 1996년 데뷔 후 최악의 성적표다. 4월 24일 한화와의 경기에서 4와 3분의 1이닝 동안 홈런 1개를 포함해 7안타 2볼넷 5실점한 뒤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다. 어깨 통증 때문이었다.
박명환은 6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조브 클리닉에서 오른 어깨 뒤에 손상된 관절막 일부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성공했고 어깨 통증은 사라졌다.
하지만 그는 가슴이 아팠다. LG가 최하위로 추락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박명환은 2006년 말 두산에서 자유계약선수(FA)가 돼 LG와 4년간 총액 40억 원의 대박 계약을 하고 이적했다. 지난해에는 두 자리 승수(10승 6패, 평균자책 3.19)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어깨 부상으로 기대에 못 미쳤다. 일부에서는 “FA ‘먹튀’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박명환은 사이판에서 땀을 흘리며 자신에게 야구가 무엇인지를 되새겼다고 했다.
“야구와 인생은 닮은 것 같아요.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게 그렇죠. 야구는 오늘의 나를 있게 해 준 존재예요. 내년에는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에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그의 꿈은 좋은 지도자가 되는 것이다. 훈련 틈틈이 야구 관련 서적을 읽는다. 남을 가르치려면 자신이 먼저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박명환은 어깨 부상에 팀의 부진까지 겹쳐 힘든 한 해를 보냈지만 좋은 경험이 됐다고 했다. 그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내년에는 한 단계 성숙한 투수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