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헤드킥] “18세 GK 김승규 심리전 까지…”

  • 입력 2008년 11월 26일 09시 01분


“어린 녀석이 심리전까지 쓰더라구요.”

울산 현대 선수들은 골키퍼 김승규(18)를 ‘가제트 만능팔’이라고 부른다. 만화영화 주인공으로, 팔과 다리가 늘어나는 로봇 형사 가제트를 빗댄 별명이다.

김승규는 22일 포항과의 6강 플레이오프 승부차기에서 2차례 선방으로 팀을 준플레이오프에 올려놓은 뒤 새 별명을 얻었다. 187cm의 큰 키와 긴 팔로 선방을 하자 팀 선배들이 별명 하나를 추가한 것이다.

그러나 선방의 비밀은 다른 곳에 있었다. 그는 미묘한 심리전을 동원했다. 김승규는 골문 앞에 서서 왼팔을 들어 검지를 펼쳐 흔들었다. 승부차기에 나서는 키커에게 자신의 왼쪽으로 슛을 하라는 듯 한 제스처였다.

모든 키커들에게 똑같은 방법으로 심리전을 펼쳤고, 김승규는 자신이 가리키는 방향 반대인 오른쪽으로 찬 볼을 2번 연속 막아냈다. 심리전의 승리였다.

울산구단의 한 관계자는 “연장 후반 교체로 들어가 볼도 한번 만져보지 못했는데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며 “18살인 (김)승규가 심리전까지 동원하는 걸 보고 더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김승규가 승부차기에 나서게 된 배경도 색다르다. 김정남 감독은 골키퍼 교체할 계획이 없었지만, 김풍주 골키퍼 코치가 강력 추천해 김승규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어린 시절부터 김승규를 지켜봐왔던 김 코치는 침착성이 좋은 김승규가 선배인 김영광 보다 나을 것으로 판단했고, 이 예측은 그대로 적중했다.

울산 |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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