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 감독 자진사퇴…왜?

  • 입력 2008년 11월 28일 08시 15분


성남 일화 김학범(48)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

김 감독은 27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혼신의 힘을 쏟았으나 최근 2년 연속 성적이 좋지 못했다”며 “불혹의 시간을 보낸 정든 팀을 떠나게 돼 아쉽다”며 고별 소감을 전했다.

○자진 사퇴, 이미 작년부터 예견된 일

김 감독은 올해 초 성남과 계약을 1년 연장해 내년까지 팀을 이끌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해부터 이미 심신이 많이 지쳐있었다는 게 지인들의 설명. 한 측근은 “김 감독이 작년 이후 줄곧 어려움을 호소했다”며 “비록 계약을 연장했지만 김 감독이 임기를 채울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진 사퇴가 ‘성적부진’에서 비롯됐다는 얘기도 있지만, 따져보면 김 감독은 상당한 업적을 이뤘다.

96애틀랜타올림픽 대표팀 코치로도 활약한 김 감독은 98년 성남에 코칭스태프로 합류해 2001-2003년 고 차경복 감독과 함께 K리그 3연패 위업을 달성했고, 2004년 12월 임시 사령탑에 이어 2005년부터 정식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공부하는 지도자’로 10년 2개월 보름 간 성남을 이끄는 동안 김 감독이 기록한 성적은 75승37무34패. 승률 50%가 넘는 지도자는 국내에서 유일하다.

김 감독은 6강 PO 전북전 패배와 함께 지휘봉을 놓겠다는 결심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퇴 기자회견이 끝난 뒤 그는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최근 들어 내가 많이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좀 더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자진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당초 김 감독은 포스트시즌이 끝난 뒤 공식 인터뷰를 통해 ‘사퇴 의사’를 전하려 했으나 어수선한 구단 사정을 감안해 입장 발표를 미뤘다.

박규남 구단 사장에게 자신의 최종 입장을 전달한 것은 27일 오전. 박 사장은 고심 끝에 김 감독의 의사를 존중했고, 해외 연수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초 해외연수 준비

지휘봉을 놓은 김 감독은 해외 지도자 연수를 떠날 계획이다. 목적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해외 뿐 아니라 국내 K리그 구단들도 돌아볼 예정이다. 성남을 이끄는 동안 자주 다녀온 브라질과 영국 등 남미 및 유럽 지역은 물론, 일본과 중국 등 폭넓은 견문을 쌓겠다는 게 그의 의지.

김 감독은 “이젠 소속이 없기 때문에 연수를 허락할 팀을 구하기 어렵겠지만 가급적 많은 경험을 쌓고 싶다. 이미 오래 전부터 계획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K리그 구단에도 배울 점이 많다. 성남이란 한 팀에만 10년 넘게 몸담아 국내에서 배울 수 있는 점도 놓친 부분이 많다.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와 예전보다 한층 건실해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성남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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