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서울 역삼동의 휘트니스센터에 미녀골퍼들이 모였다. 주인공은 시즌 6승에 빛나는 서희경(22·하이트)과 홍란(22·먼싱웨어), 김하늘(20·코오롱엘로드), 최혜용(18·LIG), 유소연(18·하이마트) 등 5명이다.
필드 외에서는 함께 모이기 힘든 이들이 뭉친 것은 특별한 무대 때문이다. 오는 12월 11일 한국여자골프 대상 시상식에서 깜짝 공연을 펼칠 이들은 특별 댄스 과외를 받기 위해서 비시즌 기간동안 짬을 냈다.
○원더걸스 따라잡기
이들이 펼칠 무대는 가요계를 강타하고 있는 ‘원더걸스’ 따라하기. 노래는 2008년 최대 히트곡 ‘노바디’다.
미녀골퍼들의 댄스 실력 공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 KLPGA 창립 30주년 행사 이후 두 번째다. 당시 서유정, 김현정 등 KLPGA 회원 중 내로라하는 댄스 실력파들이 ‘주얼리’의 ‘원 모어 타임’에 맞춰 ‘E.T춤’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당시엔 참여도가 높지 않았지만 이번엔 열기가 뜨겁다. 5명 이외에도 몇몇 선수들이 멤버로 참여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해 협회 관계자들이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협회는 무대의 비중을 감안해 올 시즌 1승 이상의 성적을 거둔 KLPGA의 대표급 선수들로만 드림팀을 만들어 더욱 골프 팬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공연은 평소 골프 말고는 별다른 취미가 없었던 여자골퍼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춰야 한다는 게 조금은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모두들 “이번이 아니면 언제 이런 걸 배워두겠어요”라며 흐뭇해했다.
홍란과 김하늘의 춤 솜씨는 벌써부터 화제다. 예사롭지 않은 댄스 실력에 밖에서 고개를 쭈뼛하게 내밀고 지켜보는 팬들의 박수가 이어졌다.
오후 4시부터 시작되는 연습은 쉬지 않고 6시까지 계속됐지만 구슬땀을 흘리며 ‘노바디’에 흠뻑 빠져 있는 미녀골퍼들의 모습에서는 스타다운 진지함이 엿보였다.
한편 KLPGA 스타들의 ‘노바디’공연 소식을 들은 ‘원더걸스’의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 측에선 “우리 노래를 선택해줘 감사할 따름이다. 기회가 닿는 한 모든 지원을 해드리겠다. 원한다면 연습실은 물론 노바디의 안무를 만든 선생님의 지도도 가능하다”며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시즌 내내 들고 있던 클럽을 내려놓고 ‘노바디’ 댄스에 푹 빠진 ‘그린의 원더걸스’를 연습실에서 만났다.
○ 뻣뻣 희경 “그래도 좋아요”
KLPGA 최고의 춤꾼을 누구일까. 다섯 명의 춤 실력이 어느 정도 인지 궁금했다. 선수들에게 춤을 가르치는 트레이너 이선화 씨는 “생각보다 잘 따라 해요. 골프선수라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틀 연습하고 이 정도면 적응이 빠른 편이죠”라고 칭찬했다. 시즌 종료 후에도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아직까지 한번도 연습에 참가하지 못한 유소연은 토요일부터 5시간씩 개인 연습에 들어갈 예정이란다.
춤 솜씨가 가장 뛰어난 선수는 김하늘이다. 유연한 몸에서 나오는 웨이브와 리듬감이 기대 이상이다. 마치 원더걸스의 유빈같다.
“춤 좀 춰본 솜씬데”라고 하자 “초등학교 때 몇 번 췄던 것 말고는 춤을 출 기회가 없었어요.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웃어넘긴다. 특별히 배운 적도 없는데 ‘노바디’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것을 보면 골프선수 말고도 다른 피가 흐르는 듯 보였다.
훤칠한 키의 서희경은 예은과 닮았다. 안무가 틀리면 무조건 웃음으로 넘어간다. 하지만 웃는 모습까지 예뻐 보여 실수를 해도 귀엽기만 하다. “아직 동작이 서툴러 옆 사람의 동작을 보고 따라하는데 어려운 동작이 나오면 몸이 말을 듣지 않아요.”
서희경의 장기는 노바디의 하이라이트라인 ‘총알춤’이다. 한방 맞으면 누구라도 그녀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게 만든다.
리더 역할을 맡고 있는 홍란은 제법 경지에 올랐다. 선예를 보는 듯 의젓하다. “집에서도 매일 1시간씩 연습하고 있어요. 엄마가 생각보다 잘한다고 좋아하세요.”
막내인 최혜용은 소희처럼 깜찍하다. 언니들에 비해 동작이 서툴고 몸도 뻣뻣해 걱정이지만 마냥 귀엽게 보인다. “제가 가장 몸치예요.” “누가 가장 몸치냐”는 질문에 수줍은 듯한 표정으로 살짝 손을 들어 올리는 최혜용은 쥐구멍이라도 찾는 눈치다.
이날 연습에 유소연이 빠진 게 아쉬웠다. 5명의 멤버가 한 자리에 모여 연습하면 원더걸스와 대결을 펼쳐도 뒤지지 않을 기세다.
○ 경쟁자에서 언니·동생으로
필드에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우승 경쟁을 벌이는 사이였는데, 밖에서는 사이좋게 선후배의 정을 나누는 모습이 새롭게 보였다.
홍란은 “정말 재미있고 신나요. 특별히 춤을 배울 시간이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춤도 배우고 스트레스도 풀 수 있어서 매우 좋아요”라며 즐거워했다.
김하늘도 “집에서 연습하면 엄마가 신기한 듯 쳐다봐요. 처음에는 잘 할 수 있을까하고 생각했는데 이번 기회에 제대로 배워두고 싶어요”라며 열의를 불태웠다.
필드에서야 한번의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남기기도 하지만 이날은 실수를 해도 서로 격려하면서 도움을 주는 모습이 친자매 이상처럼 느껴졌다. 원더걸스의 노바디 열풍에 이어 올 겨울 미녀골퍼들의 ‘노바디’가 또 다른 핵 폭풍을 몰고 오지 않을까 벌써부터 기대된다.
“내일이면 모든 안무가 완성돼요. 의상까지 갖추면 실제 원더걸스 못지않을걸요. 12월 11일을 기대해주세요.” ‘그린 원더걸스’의 데뷔 무대는 12월 11일 오후 6시 리츠칼튼 서울 시상식장이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