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포츠 무대에서 한국인으로 가장 크게 성공한 선수로 메이저리그 박찬호, PGA 최경주, LPGA 박세리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들은 이 분야의 선구자 격이다. 3명 모두 메이저리그, PGA, LPGA의 한국인 최초의 선수다. 그런 점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앞으로 이들을 능가하며 더 능력이 뛰어난 선수의 출현이 한국 스포츠의 당면과제다.
야구와 골프는 여러 면에서 비교되며, 공통점도 많고 다른 점도 뚜렷하다. 박찬호(35)와 최경주(38)를 평면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
박찬호가 젊은 시절 전성기를 누렸다면 최경주는 나이가 들어도 꾸준하게 PGA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최경주의 본격적인 PGA 무대는 99년이다.
현재 PGA 투어에서 통산 7승을 올렸다. 올해 1승을 추가하며 다소 주춤했지만 지난 시즌 큰 대회 2승으로 주가를 높였다.
PGA에서 7승은 만만히 볼 수 없는 승수다. 국내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스튜어트 싱크도 PGA 투어 통산 5승에 불과하다.
국내에는 박찬호의 팬이 훨씬 더 저변이 넓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의 한인 동포사회에서는 최경주의 팬이 폭넓게 퍼져 있다. 한인 사회에는 골프가 일반화돼 있고 생활의 일부나 다름없다.
PGA는 국내 스포츠 팬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큰 시장이다. 모든 PGA 투어 대회는 주말에 지상파 방송사의 전국 중계다. 메이저리그는 6월부터 토요일 경기가 전국(권역별로 나뉜다)으로 중계될 뿐이며 정규시즌은 모두 로컬 방송이다. 플레이오프부터 전 미국인들의 주목을 받는 무대다. 선수의 방송 노출을 고려한다면 PGA가 훨씬 위다.
특히 주말 챔피언조에서 라운딩을 할 경우에는 거의 모든 샷을 보여준다. 메이저대회는 선두로 나설 경우 5시간 동안 내내 일거수일투족을 방송한다. 스폰서십이 큰 이유가 이 때문이다.
야구와는 비교가 안된다. 마스터스, US오픈 등 메이저 대회 우승은 미국 내에서 야구의 20승보다 훨씬 값어치가 크다. 단숨에 전국적인 스타가 된다.
최경주는 올해 PGA 무대 진출 이후 처음으로 LG 스킨스게임에 출전했다. 30일(한국시간) 9홀 경기는 지상파 ABC 방송이 미 전역으로 중계했다.
이날 대학풋볼과 겹치지 않는 시간대에 편성돼 골프 애호가들의 시청을 유도했다. 미국에서 10월부터는 풋볼계절이다.
스킨스게임이라는게 이벤트성 대회여서 경기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더구나 PGA 투어 2인자 필 미켈슨과 올해 US오픈에서 타이거 우즈에게 아깝게 연장전 패배를 당하며 인기를 끌었던 로코 메디에이트의 출전으로 주목을 끌었다.
최경주는 ABC의 사이드리포터 톰 리날디의 두 차례 인터뷰에도 막힘 없는 영어 회화로 대화를 나눴다. 게다가 경기 도중 PGA 홍보성 광고에도 최경주가 소개되며 “내 닉네임은 탱크다”는 장면이 미 전역으로 전파를 탔다. 미국에서 K J 초이로 통하는 최경주는 스스로 말했듯이 대기만성형이다.
LA|문상열 통신원